중국 최대 정유회사 중국석유화공(Sinopec)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정유산업이 수출 주력 산업으로 올라선 가운데,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2020년이면 아시아 역내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전망이어서 출구전략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1일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올해 상반기에만 2억3694만 배럴 규모의 석유제품을 해외에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억2900만 배럴보다 3.5% 증가한 수치로 양적인 부분에서 사상 최대 신기록이다. 또 국제유가 상승이 겹쳐 수출단가가 배럴당 79.2 달러로 28.2% 치솟은 것도 수익에 기여했다.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187억6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증가했다. 원유도입단가와 제품수출단가의 차이인 수출마진 역시 배럴당 11.2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23%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석유제품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국가 주요 13대 수출품목 순위에서도 반도체와 일반기계, 석유화학에 이어 석유제품이 4위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3계단 올라섰다.

하지만 대중 수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았다. 올해 국내산 석유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수출량의 24%(5593만 배럴)를 차지한 중국이었다. 수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상승했고 제품별로는 경유, 벙커씨유 등 선박용 연료와 항공유 수출이 증가했다.

정유업계서는 이를 수입쿼터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로 보면서, 수출 전략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쿼터를 늘려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지역 다변화, 고품질 제품 생산 전략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신규 정제설비를 꾸준히 증설하는 등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것도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의 '중국의 정유산업 구조고도화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동부해안 7개 지역에 대형 석유화학 콤비나트를 건설에 한창이다.

동부해안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아시아 지역에서 일산 200만배럴 가량의 신규 정제설비가 늘어난다. 중국의 국내 수요가 지난 5년 간 연평균 4.9% 증가한 것을 고려할 때, 공급 추정치인 일산 1500만배럴은 역내 수요보다 많은 수치여서 중국도 명실상부한 석유제품 순수출국 지위에 오르게 된다.

중국의 석유제품 자급률은 80%를 넘어선 상황이지만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추가 수입이 필요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갖춰진 뒤 정제 기술까지 개선될 경우 한국 업체들의 수출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정유산업이 호황이라 중국의 수출 확대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하면 정제 마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 정유4사도 올레핀 공장 증설 등 비정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석유화학사업도 중국 시장만을 놓고 보면 전망이 밝지 않은 형편이다.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제품의 중국 수출 비중이 47.3%에 달한 가운데 중국은 2015년 이미 97%의 자급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60%를 차지했던 중국 수출 비중이 50%까지 떨어졌다"며 "의존도가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기에 대중 수출 감소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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