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는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조합-상가와의 갈등에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사진은 청담삼익아파트와 상가.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지난 2009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정비사업 내 상가 문제를 수면 위로 노출시킨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9년이 넘었지만 사업시행자와 상가 간 갈등의 빈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6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다수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구역 내 상가와의 갈등으로 사업시행이 중단되거나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2차아파트는 법원으로부터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재건축 조합 설립 당시 추진위원회가 상가 소유주를 대상으로 적법한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반포12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구역 내 상가는 평상시에는 주민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개발이 시작되면서 이해관계 충돌로 적대 관계로 변했다”고 밝혔다.

갈등의 쟁점은 신사쇼핑센터 건물 지분 총면적 5025.54㎡를 48명이 나눠 가진 ‘공유 건물’로 보느냐, 각 호실이 구분등기 된 ‘구분 건물’로 보느냐다. 관련법에 따르면 공유건물은 대표자 1명만 조합원으로 인정받으면서 상가 전체가 아파트 1채로 취급받게 된다. 반면 구분건물은 각 소유주마다 조합원 지위가 인정된다.

추진위는 신사쇼핑센터 건물을 ‘공유 건물’로 봤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가 소유주들은 재건축 계획에 반대해 비조합원으로 남았고 상가 전체가 매도청구 대상이 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소유주 전부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현금청산을 받고 쫓겨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18일 신반포12차 단지 상가 신사쇼핑센터 소유주 31명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상가소유주 손을 들어줬다. 이에 이날부터 조합설립인가 집행과 효력은 항소심 선고까지 정지되고 조합 업무가 중단된 상황이다.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도 상가 조합원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곤란을 겪고 있다. 아파트 삼익상가 소유주들이 지난해 11월 강남구를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고, 강남구가 바로 항소하면서 조합설립인가 효력 유무를 따지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초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 역시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청담삼익은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상가 갈등에 발목이 잡혀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청담삼익은 2003년 상가 소유자를 배제하고 아파트 소유자만 모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데 상가 소유자들이 상가 분할을 전제로 아파트 소유자들끼리만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된바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상가 부지를 재건축에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이곳은 이미 지난해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마쳤지만, 상가 소유주들이 권리가액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상가 소유주는 측은 “차별이 너무 심하다”며 “아파트 조합원과 같은 지분을 갖고 있어도 감정평가금액이 현저하게 낮아 분담금을 훨씬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해법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상가는 무척이나 다루기 힘든 ‘애물단지’다. 사회문제가 됐는데도 잠시 매스컴에 등장했을 때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지자체 및 행정ㆍ입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이 사업시행자만 홀로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이에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상가 문제는 이해 당사자간 자율적 협의만으로는 그 해결이 요원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서 “학교용지부담금, 지장물 이전비 설치비용 등 각종 부담금으로부터 사업시행자를 자유롭게 하고 수익성과 분양성을 제고하면 상가 측 보상분으로 돌아갈 파이가 늘어나 분쟁 빈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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