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수·합병에서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M&A에 보수적이었던 LG전자는 최근 로보스타와 ZKW를 연이어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M&A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적이었던 삼성전자는 2년 가까이 감감 무소식이다. 

LG전자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로보스타의 지분 30.02%를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로보스타가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보통주 109만주)를 약 536억원에 확보했다. 이어 로보스타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중 일부인 10%를 추가로 인수받았다. LG전자는 내년 말까지 경영진이 확보한 지분 3.4%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LG전자는 4월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조명기업인 ZKW를 인수했다. LG전자와 ㈜LG는 총 11억유로(약 1조4462억원)를 투입해 ZKW의 지분 100%를 확보했다. ZKW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생산한 업체로 벤츠와 BMW, 폭스바겐, 볼보 등 전세계 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LG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과 전장부품을 언급한 만큼 이 부문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M&A를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전장부품 사업을 전담할 VC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출범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확대한 탓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LG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VC사업본부가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VC사업본부는 현재 GM의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사업에서도 고객사를 확대하며 매출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ZKW가 합세할 경우 LG전자의 VC사업본부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매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 역시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분야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CES에서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정조준하고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로봇을 생활 로봇과 공공 로봇으로 쪼개 각 부문에서 시장을 공략하고 2~3년 내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로보스타 뿐 아니라 로보티즈와 에스지로보틱스, 보사노바 로보틱스 그리고 AI 기업인 아크릴 등 로봇, AI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호텔 서비스 로봇과 공항청소로봇,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카트 로봇 등을 공개했다. 앞으로 라인업을 더 확대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그동안 M&A보다는 기술력 확보를 우선시하며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왔으나 최근에는 급변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M&A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M&A는 더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13일 인사이동을 한 권영수 ㈜LG 부회장은 “구 회장이 전장사업을 비롯해 AI 산업 등 신사업에 관심이 많다”며 “미래 캐시카우를 만들기 위한 M&A도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LG전자가 M&A에 시동을 거는 사이 삼성전자는 1년 넘게 M&A 시계가 멈춰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뇌물공여로 구속수감된 다음 M&A가 일체 중단됐다. 

이후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월 풀려나면서 업계에서는 M&A 시계가 다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출소 후 세 차례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와 만남은 물론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6년 한 해에만 세계 최대 전장기업인 하만과 음성인식 AI기업인 비브랩스 등 무려 7건의 M&A를 성사시킨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AI 챗봇 관련 스타트업인 플런티를 인수한 것이 유일한 M&A였다. 

하지만 출소 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M&A에 대한 소문만 무성한 채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5월에는 자율주행차 플랫폼 개발기업인 에스모가 삼성전자에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에스모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에스모 외에도 에이테크솔루션, 셀바스AI 등 자율주행, AI 관련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M&A 소문에 휩싸인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A와 관련해 “당장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와 증권가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M&A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면 AI나 전장기업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다시 M&A를 추진한다면 그 대상은 AI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M&A 시계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만큼 곧 M&A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쯤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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