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이 대동맥과 모세혈관을 지나 말초 신경까지 제대로 전달돼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듯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정책 집행자’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 곳곳에서 ‘경고음’이 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민간 영역에 가장 근접한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산업 현장을 대변하는 협회·단체장 역할 역시 막중하다. ‘정책 전달자’로서 산업 현장에 실질적 온기를 전달하고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정책 수행 최일선에서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타고 넘어갈 ‘이노베이션엔진’ 마련에 나서고 있는 공공기관, 협회·단체 리더를 초대해 포부와 각오를 들어본다.<편집자주>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17일 오후 1시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모처에서 헬멧을 쓰고 집배원들과 같이 직접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고객방문에 나섰다. 집배원들의 근로환경을 몸소 체험하며 개선안을 찾기 위해서다. 전국의 우체국을 책임지는 수장인 강 본부장은 이렇게 매주 한 번씩 직접 현장을 살피고 있다.

지난해 말 우정사업본부장에 취임한 강 본부장은 위태로운 배의 키를 거머쥔 선장과 같았다. 그동안 이슈가 된 집배원 과로에 대한 확고한 개선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매주 이렇게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 집과 세종시 사무실을 오가기도 벅찰 것 같지만 강 본부장은 그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 현장에서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에는 몸이 고되고 불편할지언정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우체국은 국민들에게 우편배달을 하는 서비스 기관이다. 그만큼 직접 대면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이다. 강 본부장은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이 아닌 근로자들을 위한 환경 개선에 나선 셈이다. 직원들의 행복을 보장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강 본부장은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도 잊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우체국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드론의 도입 뿐 아니라 핀테크와 블록체인 등 금융 시장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로 하면서 미래 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강성주 본부장으로부터 우체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집배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일일업무보고를 가리키며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 집배원 근로환경 개선을 중점 과제로 꼽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가?

▲ 지난해에만 19명의 집배원이 사망하며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다. 취임하면서 이같은 비극을 막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집배원을 100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초과근무 단축 및 연가 사용 확대를 권장하고 있다. 또 노사 공동으로 ‘집배부하량 시스템 개선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서적과 신문, 소포 구분을 자동화 해 1시간 이상 단축하고 있으며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다. 또 스트레스와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큰 목표가 집배원의 과로를 줄이는 것이었다. 올해 안에 모든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 ‘초소형 전기차’는 어떤 것인가?

▲ 현장에서 직접 오토바이를 몰면서 느꼈지만 오토바이는 운행 자체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여름에는 무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이런 사정 외에도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송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까지 초소형 전기차 1만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는 도입 비용이 오토바이보다 저렴하고 초기 비용을 제외하면 유지비도 적게 든다. 무엇보다 집배원들이 쾌적하게 더 많은 우편물을 배송할 수 있어 과로도 줄일 수 있다. 

= 초소형 전기차 외에도 스마트 우체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가 눈에 띈다. 어떤 서비스들이 있는가?

▲ 초소형 전기차는 도심 지역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도서·산간지역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드론 배송을 통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미 전남 고흥 득량도와 세종시에서 드론배송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밖에 금융기술기획과를 신설하고 총 43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핀테크와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등 차세대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바이오기술 등을 가진 유망 벤처기업에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기술투자혁신담당관을 신설해 우편과 금융에 신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매주 한 차례 현장을 방문해 직접 배달에 나서며 현장근로자들의 어려움과 개선방안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사진=우정사업본부>

= 우체국 금융과 다른 금융의 차이점이 있다면?

▲ 우체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600여개의 영업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 뿐 아니라 도서벽지·농어촌에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 금융서비스는 부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집중하지 않는다. 시골의 노인들이나 가난한 고시생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연간 120억원에 이르는 송금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있으며 우체국예금은 지난해 407억원의 이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서민들을 위한 보험상품도 보급해 가입자가 45만명에 이르고 있다. 

= 우체국과 우정사업본부의 비전이 있다면?

▲ 우리의 중점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집배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헌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항을 추진하기 위해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철학을 수립하고 앞으로 더 현장으로 나가 근로자들과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다. 

◆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1965년생으로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경북 안동우체국장을 지냈으며 이후 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했다. 2011년에는 주OECD대한민국대표부로 파견을 나갔었으며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정보통신사업정책관과 연구성과혁신정책관 등을 지냈다. 지난해 8월부터 경북지방우정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3개월만인 같은 해 11월에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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