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차총협회가 3일 임시총회를 열고 송영중 부회장을 해임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격려금 지급 논란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이날 임시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사퇴 압박을 받던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이 결국 3일 해임됐다. 경총이 수입 중 일부를 유용해 임직원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이른바 ‘비자금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이다.

이번 해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자금 유용 의혹의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격려금 지급을 비롯한 경총 행보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게 바로 송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총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임시 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해임했다. 이로써 송 부회장은 지난 4월 초 취임 후 석 달도 되지 않아 중도 하차하게 됐다.

송 부회장 해임안은 이미 총회 전부터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회원사만 170곳에 달해 안건 통과 요건인 ‘회원사 과반(103개사) 참석·찬성’을 이미 넘었기 때문이다.

경총은 송 부회장 해임 사유로 △직원 간 분열 조장 △사무국 파행 운영 △경제단체 정체성에 반한 행위 △회장 업무지시 불이행 △경총 신뢰 및 이미지 실추 등을 꼽았다. 앞서 경총은 송 부회장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직후 재택근무를 하면서 경총 회원사와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송 부회장이 격려금 지급 등 경총의 아픈 곳을 찌르자 이를 덮기 위해 송 부회장을 서둘러 해임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경총은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 시절 일부 사업 수입을 유용해 임직원들의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격려금을 받은 사무국 임직원만 90여명에 이른다. 경총은 김 전 부회장이 취임한 2004년 이후 이들에게 월 기본급의 최대 300%를 연간 3∼4차례에 나눠 지급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인물이 바로 송 부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회장은 취임 이후 총회나 이사회 승인 없이 이처럼 격려금이 지급된 것에 대해 회계 처리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감사를 임명해 조사를 벌였다. 또한 관련 사실을 파악한 후 5월 말 손 회장에게 보고했다.

실제로 경총은 올해 2월에도 총회 직후 격려금을 지급했으나 5월 초로 예정됐던 격려금은 송 부회장의 제지로 지급되지 않았다. 경총 내부에서는 송 부회장이 눈엣가시였을 거라는 게 협회 안팎의 시각이다.

송 부회장은 자신의 해임을 결정할 총회 날짜가 정해진 직후 경총을 적폐 세력이라고 언급하면서 “경총 안에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은 사업이 많고 그 수입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며 경총 내부에서 회계 비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경총 정도의 경제단체에서 부회장이 3개월도 안 돼서 해임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격려금 지급이 경총 내부에서 오랫동안 행해져 왔던 만큼 이런 부분을 건드린 송 부회장이 상당히 눈에 밟히지 않았겠는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손 회장은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 부회장 해임에 대해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제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특별상여금을 준 것은 맞지만 현금으로 왔다 갔다 한 것은 없다”며 “어디서 조사한다고 해도 자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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