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한국지엠주식회사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달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쿼녹스'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수입차라는 점에서다.

특히 일부 윤곽이 드러난 한국지엠의 신차 라인업 가운데 OEM 수입차의 비중이 적지 않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시장이 제너럴모터스(GM)의 단순 '판매기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28일 국산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이달 초부터 공식 판매에 돌입한 '이쿼녹스'는 출시 첫 날 200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이후 일평균 30대 이상씩 예약고를 올리며 순조로운 판매 기조를 보이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6월 판매량은 1000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쿼녹스는 미국에서 전량 OEM 방식으로 수입된다. 국내에 선보인 이쿼녹스는 3세대 모델로, 지난해 미국에서 29만대 이상 팔리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쿼녹스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이 전망되지만, 한국지엠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내수 시장에서 이쿼녹스를 비롯해 △경차 스파크 △소형 세단 아베오 △준중형 세단 크루즈 △중형 세단 말리부 △준대형 세단 임팔라 △스포츠 세단 카마로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볼트 △순수 전기차 볼트 EV △중형 SUV 캡티바 △다목적차량(MPV) 올란도 △소형 SUV 트랙스 △미니밴 다마스 △소형트럭 라보 총 14종의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임팔라 △카마로 △볼트 △볼트 EV 총 4개 차종이 OEM 방식으로 수입·판매된다. 전체 라인업 중 30%가 사실상 '수입차'인 셈이다.

OEM 수입차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와 올란도는 지난달 말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단종됐다. 한국지엠은 공장 가동률 저하를 이유로 이미 2월부터 두 차종의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캡티바는 이쿼녹스의 후속 모델인 만큼, 7월 단종이 예상된다. 다마스와 라보는 2019년 말 단종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초 안전·환경규제 미충족을 이유로 2014년 단종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19년으로 단종 시기를 유예시켰다. 

판매되고 있는 14개 차종 중 5개 차종이 판매 라인업에서 제외되면, 9개 차종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OEM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량이 된다. 

한국지엠은 향후 5년간 15종의 완전변경(풀체인지) 신차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상품성 강화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이미 스파크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이쿼녹스는 상반기에 판매를 시작했다. 대략적으로 나마 출시가 확정된 차종은 '말리부'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대형 SUV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 트랙스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9BUX), 차세대 CUV 등이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차종으로, 이미 해외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2019년께 미국이나 멕시코 등 북미 공장에서 생산돼 OEM 방식으로 수입·판매된다. 트랙스 후속 모델과 차세대 CUV의 판매 시기는 2020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내년에 신차 2종이 추가되면 한국지엠의 판매 라인업은 총 11종이 되며 OEM 수입차(6종)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올라가게 된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소형 SUV 'QM3'와 소형 해치백 '클리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3종을 OEM 방식으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라인업 중 차지하는 OEM 수입차의 비중은 30%로, 한국지엠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또 르노삼성은 트위지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OEM 수입차 비중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해외 공장에서 이미 완성된 자동차를 들여와 파는 만큼, 일자리 창줄이나 공장 가동률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차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자체 기술력을 확보 또한 어려워  한국 시장이 GM의 판매기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OEM 수입차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지엠은 가동률 저하로 공장 3곳 중 1곳의 문을 닫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OEM 수입차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정체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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