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삐에로쑈핑’은 한국판 ‘돈키호테’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하1층. 과거 영풍문고가 있던 자리에 강렬한 색감의 삐에로 그림이 크게 걸렸다. 무슨 매장으로 바뀌었나 하고 쳐다보니 유리문 너머로 물건들이 빼곡하게 수북이 쌓여 있다.

통상 매장 입구는 사람 여럿이 서 있을 만한 여유공간을 두기 마련인데 여기는 매대가 문 앞에 바짝 붙어 나와 있다.

또 ‘이 가격 실화냐?’ ‘이건 사야해’ ‘당신은 지금 이것을 사고 싶다’ ‘한국에 놀러온 외국관광객이 사재기 하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 등 온갖 자극적인 광고 문구 POP가 어지럽게 자신을 드러내려고 안달이다.

28일 문을 여는 삐에로쑈핑 1호점 SF코엑스몰점 입구 풍경이다. 이곳은 이마트가 ‘B급 감성 만물상 잡화점’이라는 컨셉트로 새롭게 개설하는 오프라인 쇼핑 매장이다.

처음 들어서는 사람마다 누구랄 것 없이 “일본 돈키호테랑 똑같은데”를 연발하곤 했다. 특히 한국인이 일본 여행 갔을 때 사오는 인기품목을 모아놓은 코너에 가면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삐에로쑈핑에서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것은 밀도다. 입구도 어수선한데 매장 안쪽은 한층 점입가경으로 혼돈 그 자체다.

이마트에 따르면 매장 면적은 2513㎡로 통상적인 이마트 매장 대비 4분의 1 규모다. 그런데 진열 상품 가지 수는 4만2000여개로 이마트의 80% 수준이다.

좁은 공간에 많이 진열하려다보니 매대가 아닌 곳을 대폭 축소했다. 진열대 사이 통로 간격은 90cm다. 여름옷 차림인데도 지나가기에 무척 좁게 느껴졌다. 두툼한 겨울옷이라면 삐져나와 있는 물건이 걸릴 것 같다. 이마트 매장안에서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 너비가 쇼핑 카트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2.5m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 된다.

4만여 품목을 크게 분류해보면 △주류 △패션명품 △명품시계 △패션·언더웨어 △화장품 △바디·헤어 △미용·가전 △건강용품 △식품 △욕실·주방 △인테리어 △공구 △애견 △자동차용품 △성인숍 △코스프레 △써클렌즈 등이 있다.

대분류는 일반 마트나 다이소 등과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개별 제품 면모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명품이나 과자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유명 브랜드나 대기업이 아닌 국내 중소기업 우수상품이다. 덕분에 이마트와 비교하면 65%가 다르고 다이소와 비교하면 50% 정도가 다르다.

매장 안 풍광이 확실히 기존 마트·수퍼마켓은 물론이거니와 다이소, 팬시문구점, H&B스토어 등 어느 것과도 이질적이다. 운영방식도 본사가 매뉴얼에 따라 어느 매장이든 동일하게 관리하는 마트와 달리 삐에로쑈핑은 향후 각 점포마다 점주 재량에 따라 운영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품목 구성과 더불어 가격 요소 또한 삐에로쑈핑이 내세우는 경쟁력이자 차별점이다. 대량 매입 도매가 할인은 물론이고 재고·부도상품까지 사들여 일부 품목은 ‘상상 그 이상의 싼 가격’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유진철 삐에로쑈핑 브랜드 매니저는 “볼거리가 많아 20~30대가 구경 올만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흥미로운 물건을 발견하면 가격 부담 없이 살 수 있고, 또 ‘득템’ 했다는 기쁨을 느끼도록 제품과 가격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과 운영 계획과 관련해서는 “삐에로쑈핑이 벤치마킹한 일본 돈키호테는 작년 기준 일본 전역에 370개 매장이 있고 8조원 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이마트는 올해 코엑스점과 동대문 두타점을 비롯한 3개 점포를 개설할 것이며 운영 성과에 따라 매장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마트 측은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와]외래객이 많이 찾는 기념품과 식품, 밥솥, 아이돌 기념품 등도 갖춰 놓았으며, 세금환급 서비스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