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왼쪽)은 27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인사가 내정됐다며 낙하산 의혹을 제기했다. 예탁결제원(가운데)는 낙하산 의혹이 불거졌던 인사를 타 부서로 발령내며 논란을 일단락 지었고, 신용보증기금(오른쪽)은 내부평가로 낙하산 의혹을 털고 새로운 이사장을 선임했다. <사진=각사제공>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금융공기업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며 몸살을 앓고 있다. 현 정부와 학연 등으로 얽혀있지만, 업무와는 관련 없는 인사가 임원으로 임명되는 등 코드 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새로운 상근감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 자리에 내정된 김대식 대한전선 법무실장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을 담보로 금융투자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하거나 투자자예탁금을 맡아 운용하는 업무를 하는 국내 유일의 증권금융 업체다.

금융서비스노조는 상임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추천에 나서기 전, 경희대 출신 인물이 차기 감사로 결정됐다는 것은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했다. 경희대학교는 문재인 대통령 출신 학교 이기도 하다.

또 김 변호사가 현 정권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보은인사', '코드인사'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서비스노조는 상근감사로 내정된 김 변호사의 증권업에 대한 부족한 경력도 낙하산 인사의 근거로 들었다. 김 변호사는 보험사에서 소송을 담당하는 사내변호사로 일한 것이 금융업계 경력의 전부다.

금융서비스노조는 성명을 통해 "새로운 인사는 보험사 소송담당, 법무실장이 경력의 전부이고 임원으로서의 경험도 없다"며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넘어 한국증권금융의 상임이사인 상근감사위원 내정자로 거론되는 것은 누군가의 외압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기에 그 배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서비스노조는 상근감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임추위를 독립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라고 일갈했다.

최경삼 금융서비스노조 한국증권금융지부 사무총장은 "사측에 노조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며 "내정설대로 김 변호사가 선임된다면 출근저지 운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사측은 27일 이사회가 열린 뒤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라며 "감사직에 누가 지원을 했는지와 같은 절차, 과정은 비공개여서 사원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낙하산 인사 금융공기업 명단에는 한국예탁결제원도 있다.

금융서비스노조 예탁결제원지부는 사측이 지난해 12월 이재호 씨를 신임 상무로 임명하자, 낙하산 인사를 주장하며 컨테이너 농성을 벌였다.

예탁결제원은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주식, 채권 등 증권의 집중예탁 및 결제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집중예탁결제기관이다.

노조 측은 산업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이 상무의 경력이 투자지원본부장 업무와는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사무금융노조는 이 상무의 경력이 예결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선임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 예결원은 임금교섭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개최한 지난해 12월 26일 이사회에서 이 상무의 선임을 결정했다.

노조 측은 이 결정 과정이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내부 직원 출신을 우선적으로 상무로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주장과 함께였다.

이에 예결원 노조는 1월 15일 임기 시작예정이었던 이 상무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이 같은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사측은 이 상무를 태스트포스팀(TFT)인 일자리창출본부장으로 인사 발령 내면서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컨테이너도 5월 철거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노사 간 합의가 잘 이뤄져 갈등이 잘 봉합됐다"며 "컨테이너 철거가 오래 걸린 이유는 임대료와 철거비용 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낙하산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황록 신보 전 이사장이 2월 임기 절반을 남겨놓고 돌연 사퇴하자, 금융권은 후임 이사장 인선에 주목했다. 특히 퇴임 직후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며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산업노동조합 신용보증기금 지부는 최 실장이 신용보증, 신용보험, 회사채 자체 발행 등 업무에 전문성이 없고, 문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을 들어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 실장은 내부 비판으로 인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역임하고 현 정권과도 거리가 가까운 윤대희 전 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아울러 윤 실장의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정책 구상에 머리를 맞댔던 전력이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5일 윤 실장이 신보의 2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낙하산 인사는 일단락됐다.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를 거친 경험과 인품이 신보의 역할과 맞아떨어진다는 내부평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공기업 낙하산 인사 논란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보험공사는 곽범국 사장, 정찬형 상임이사, 강석인·김영백·이명선 비상임이사 등 5명의 임기가 종료돼 새 인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 역시 현창부 상임감사, 허은영 상임이사의 임기가 끝났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김성수 상임이사의 임기가 마무리됐다.

금융권에서는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와 지방선거가 끝난 시기가 묘하게 겹쳐 향후 인선에 낙하산 의혹이 불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총선거, 대선캠프 출신 인사가 공공기간 임원에 임명된 전력이 있어 낙하산 인사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향후 금융공기업 인선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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