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넥쏘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수소전기차 보급에 미온적이던 정부의 태도가 바꿨다. 수소차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그동안 수소차 구매시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또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비전을 제시해 욌다.

21일 정부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수소차 보조금 규모가 약 240여대에서 740여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기존에 편성된 보조금 예산은 올해 35억원과 지난해 이월분 19억원을 합친 약 5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에서 112억원 가량의 보조금이 새로 반영됐고 500여대분이 혜택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소차 1대당 국고보조금은 2250만원이다.

정부는 또 지난 8일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수소차 육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재수립하며 수소차 보급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누적 기준)를 보급하고, 충전소 310기를 설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초 2020년까지 수소차 누적 1만대를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회의에서 2020년 5000대로 목표치를 하향조정했다. 무리한 목표 설정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수소차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보조금을 유지하되, 부품 국산화 등으로 대당 판매가격을 30% 인하한다. 충전소는 고속도로와 국도 휴게소는 물론, 도심 거점 지역, 버스 차고지 등에 구축한다. 충전소 1기 구축에 평균 30억원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가 설비비용의 50%(최대 15억원)를 부담하게 된다. 오는 하반기에는 개발제한구역의 천연가스 충전소에 수소차 충전소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한다.

정부는 2019년 당해연도 기준 수소차 1100대와 충전소 41기를 보급 목표로 세웠다. 단순 계산으로 내년 수소차 관련 예산은 860억원 가량이 책정돼야 한다. 이는 올해 책정된 예산 3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2022년까지 수소차 보조금 3200억원, 충전소 지원금 4100억원 총 73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 수소차 기술 선두두자로 꼽히지만, 지지부진한 정부 지원으로 활성화에 애를 먹었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부터 수소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차인 현대차 투싼ix FCEV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격이 8500만원 수준으로 비싼 데다 충전소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내수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 후발주자인 도요타의 첫 양산형 FCEV 미라이가 출시되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나눠줬다. 투산 ix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30여대가 팔렸다. 미라이는 투산 ix의 10배가 넘는 2700여대가 판매됐다.

도요타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는 이유로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꼽힌다. 2009년 민관 협의체인 '수소공급이용기술연구조합(HySUT)'를 설립해 인프라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2016년 6월에는 수소차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지난해 하반기엔 정부 주도로 주요 제조업체가 참여한 충전소 출자회사를 세워 수소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3월 1회 충전으로 609km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수소차 '넥쏘'를 출시하며 수소차 시장 패권 장악의 고삐를 쥐었다. 넥쏘는 사전계약 개시 첫날에만 733대의 예약고를 올렸고, 일주일 만에 1000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정부가 앞서 편성한 보조금 예산 규모는 턱없이 부족해 구매 대기자의 90% 이상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당시만 해도 수소차 지원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예산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내년 수소차 보조금 예산 편성 시 올해 분위기를 반영,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4월 발표된 추경안에서 수소차가 보조금이 제외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수소차 경쟁력을 도태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 부처간 '엇박자 정책'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부는 수소차 보조금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산업부와 국토교통부는 수소충전소 확대를 목적으로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소차 시장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수소차 보급과 관련해 구체화된 예산안과 목표를 내놨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수소차 보급 확대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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