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남북·북미정상회담에 더해 언론이 연일 북한 광물자원 가치를 보도하고 있는데도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남북 경제협력 준비는 조용하다. 아직 남북 경협의 형태와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해외자원 개발의 최일선에 있는 기관의 움직임이라기엔 석연찮다.

물론 이명박(MB) 정부 시절 추진된 해외자원 손실에 대한 ‘원죄’로 공단 통폐합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광물공사의 조용한 행보는 당연한 듯 보인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민의 혈세로 ‘자원 개발’을 위해 설립된 만큼 마지막까지 자원 확보에 힘쓰지 않는다면 ‘직무유기’ 아닐까?

이러한 배경에 광물공사의 상위 기관이자 통폐합 주도 부처인 산업부의 ‘디스’가 자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 눈치 속에 광물공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명박 정권 당시 광물공사가 무리한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며 광물공사의 해외자원 개발 기능을 사실상 폐지하고 민간에 넘기도록 했다. 산업부 태스크포스(TF)는 광물공사에 대해 “비효율적 의사결정 구조, 기술·재무 역량 미흡, 도덕적 해이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한계”라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자원 개발을 민간에 넘긴다는 건 사실상 어불성설이었다. 사업 규모가 크고 초기 투입비용 대비 리스크가 큰 자원 개발에 민간 기업이 적극 뛰어들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자원 개발을 민간에 넘기는 방식으로 광물공사에 회초리를 들었다.

이 와중에 변수가 생겼다. 바로 북한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피어오른 남북 해빙 무드는 순식간에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잇몸 미소를 보이자 업계는 저마다 남북 경협에 대비에 발 빠르게 나섰다.

광물공사의 움직임도 바빠져야 할 것은 자명했다. 북한 광물자원은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우선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노다지’ 사업임을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광물자원은 42개 광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우리 정부가 선정한 10대 중점 확보 희귀금속 중 텅스텐, 몰리브덴 등 6종도 묻혀 있다. 우리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아연, 동, 인회석 등의 자원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도 무려 2000만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계산해도 약 6250년을 쓸 수 있는 양이다. 업계 안팎에선 북한 희토류 잠재가치를 적게는 3200조원, 많게는 1경1700조원까지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후 남한에서 소비되는 광물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연간 약 16조5000억원이 넘는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광물공사의 적극적 행보를 지원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해외자원 개발 부실의 책임을 물어 광물공사로부터 자원 개발권을 빼앗아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자원 개발을 준비하라고 하려니 이른바 ‘모양이 빠지기’ 때문이다.

북한자원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민간 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산업부도 잘 알고 있을 터다. 이는 산업부가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기관인 한국광업공단(가칭) 사업 목적에 북한 자원 개발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자원 개발 재개 명분을 찾고 있는 산업부는 이 같은 방향을 적극 드러내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광물공사가 북한 자원재발 관련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산업부가 굉장히 민감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광물공사가 북한자원 개발과 관련해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산업부가 광물공사에 전화를 걸어 눈치를 주는 등 굉장히 민감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광물공사는 북한자원 개발과 관련해 20여명으로 구성된 TF를 꾸린 상태다. 하지만 북한자원 개발이 본격 시작되면 중국, 미국 등과의 경쟁을 피하기 힘든 만큼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북한 제재가 풀리고 자원 개발이 본격 시작되면 우리나라가 중국,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며 “현 TF를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산업부가 보여주는 느긋한 명분 찾기는 북한 광물 개발 주도권을 남에게 내주는 아찔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 없다면 국민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산업부가 이 둘 중 택해야 할 것은 명백하다. 머뭇거리기엔 세계정세 변화가 너무도 빠르다. 작은 명분에 집착하기 전에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철저히 고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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