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연이은 실정으로 인해 반사이득을 보면서 5.31지방선거에서 압승을 장담하던 한나라당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나라당 최연희의원이 지난 20일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황제테니스 논란에 휩싸이면서 급기야 이를 사과하기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소수 야당은 황제 테니스 사건 5대 의혹을 제기하며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성추행 최연희의원 사퇴거부 분명히
최연희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가 공개 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달 24일 성추행 사건 후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동아일보측의 검찰 고발에 따른) 법의 판단을 따르겠다"며 당장 의원직을 내던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60평생 쌓아온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지경이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최의원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 따라  `꼬리 자르기' 차원에서 사퇴 권고 결의안까지 제출했던 한나라당은 침통한 감추지 못한 채 내부 비판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처럼 최 의원이 `버티기'로 입장을 굳힌 것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지역구의 동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법조인 출신의 3선 의원으로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지냈다. 최 의원은 기자회견 후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접촉 없이 강원도 모처로 돌아갔으며, 당분간 현지에 머물며 검찰소환에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이 `버티기'에 나섬에 따라 그의 의원직 사퇴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한나라당 등 야4당이 지난 16일 공동으로 사퇴권고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 의원 문제가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게 불 보듯 뻔하지만 당 차원에서 추가로 취할 조치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사퇴 권고 결의안 제출에 동참, 최 의원과의 결별을 공식화했지만 여권의 공세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최 의원의 기자회견 회견 소식을 보고받고 "그러냐"고만 짧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사퇴권고 결의안 제출 보고 등을 위해 소집된 의총에선 당의 미온적 대처 등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당에 이처럼 큰 해를 끼치고도 당에 대한 사과 표명은 한마디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비주류 모임인 발전연의 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비공개 발언에서 "당이 수수방관한 측면이 없지 않으며, 사퇴권고 결의안을 냈다고 해서 할 일을 다했다며 뒷짐을 져선 안 된다"며 당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은 이어 의원 전원 명의로 재차 사퇴를 촉구할 것을 건의했다.
`소신파'인 고진화 의원도 "이처럼 무기력하게 대처하다간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면서 "당이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잣대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당이 할 일은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일부 여성 의원들은 "박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뭐라고 한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후속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제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시장 사과불구 의혹 더 커져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의혹’ 사건이 정치권의 전ㆍ현직 고위인사들까지 연관되는 등 ‘태풍’으로 번지고 있다. 이 시장과 고건 전 총리 등 유력인사들이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곳이 고위인사들의 사교 장소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지난 21일 지난해 봄 수개월 동안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유정복 대표비서실장은 이날 “박근혜 대표도 지난해 봄 몇 개월 동안 남산 테니스장을 이용했다”며 “그러나 매달 회비를 미리 낸 뒤 테니스를 쳤기 때문에 비용 등과 관련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또 “월 회비를 매달 납부하고도 시간이 없어 한 달에 한두 차례밖에 이용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결국 몇 개월 동안 사실상 회비만 내고도 실제로 이용한 횟수는 몇 차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력 정치인들의 남산 테니스장 이용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특혜 사용 및 사용료 대납 등의 의혹이 정치권 전반에 불어 닥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황제 테니스 의혹 진상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출발은 이 시장이었는데 자칫하면 정치권에 태풍이 될 수도 있겠다”며 “이명박, 고건, 박근혜 등 유력 대권주자 중 세 명이나 연관이 있어 자칫 이들의 대선 이미지 메이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논란과 관련 진상조사단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우리 사회는 공직자에 대한 잣대가 굉장히 높다”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실 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핵심당직자는 “수습을 서울시에만 맡기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이 사실관계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나설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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