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24기 중 8기가 정비·점검을 이유로 서 있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자 발전량은 반토막이 났다. 사진은 한울 원자력발전소. <사진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저조한 원전 가동률이 지속되면서 전력업계의 손실이 막심하다. 정부가 안전성 검사를 명목으로 상당수 원전을 가동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원전'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까지 90%를 웃돌던 원전 가동률은 작년 71.3%로 떨어지더니 올해 1~4월 56.6%를 기록했다. 1978년 국내 원전 첫 가동 이래 40년 만에 최저치다.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자 발전량도 반토막이 났다. 원전 발전량은 2016년 1분기 4만2161GWh에서 올 1분기 2만6501GWh로 급감했다.

국내 전기 생산 원료 중 가장 값싼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늘리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은 비상이 걸렸다. 전기 1kWh 생산 비용은 올 1분기 기준 원자력 66원으로, 석탄 90원, LNG 125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한수원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수원 실적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2016년에는 매출 11조2771억원, 영업이익 3조8472억원, 당기순이익 2조472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탈원전이 본격 가동된 작년부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17년 상반기에 매출 4조9875억원, 영업이익 9425억원, 당기순이익 66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57%, 55% 감소했다.

한수원의 실적 악화는 급감한 원전 가동률 때문이다. 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모기업인 한전에 팔아 수익을 내는데 전기 도매 단가, 운영비, 원전 가동률 등에 따라 수익 규모가 결정된다. 이 중 실적과 가장 크게 직결되는 것이 바로 원전 가동률이다.

한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4분기 1294억원 영업손실을 낸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276억원의 영업손실(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505억원에 달했다. 한전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2016년 1분기 대비 연료비와 구입전력비는 각각 26.6%, 27.4% 증가했다. 

현 상황은 삼성동 부지 매각비 10조5500억원이 반영되며 영업이익 11조원, 당기순이익 13조원을 내던 2015년과 대조적이다. 2016년에도 영업이익 12조원, 당기순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원전 가동률이 1%p 떨어질 때마다 한전 영업이익이 2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LNG, 석탄, 원자력 등 다양한 원료로 생성된 전력을 구매한다. 원전 가동률 저하가 곧바로 한전의 재정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은 그만큼 원전 발전 의존도가 높았음을 말해준다.

문제는 원전 가동률 급감의 원인 ‘원전 정비’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내 원전 24기 중 8기를 정비·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중지시킨 상황이다. 중단 시점 순으로 작년 5월 △한빛4호기 △월성1호기, 올 1월 △신고리3호기. 3월 △월성2호기 △한울5호기, 4월 △고리2호기 △신월성1호기, 5월 △한빛3호기 등이다.

정부는 과거부터 누적된 원전 안전 차원에서 관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안전 관리 부실 문제가 모든 원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확인됐고, 한수원의 시설 정비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특히 모든 원전에서 원자로 격납 건물 내부 철판의 치명적인 부식 문제가 확인됐기 때문에 장기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현재 원전이 8기 정지돼 있는데 부실공사 등 국민안전에 대한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원자력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원전 정비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진단한다. 단순한 원전 정비 차원을 넘어 ‘탈원전’이란 정치적 의도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는 “원전 정기검사는 보통 두 달여 정도면 끝나는데 1년 가까이 지속되는 현 정부의 처사는 이례적"이라며 "전체 원전의 3분의 1을 동시에 정비하는 것도 의심스럽고 탈원전 정책의 후속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실제 정부의 이야기대로 장기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해도 지금과 같이 전력 공급이 부족한 시점에서 취해야 할 조치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보면 원전 이외 전기 생산 원료 중 LNG는 가격 변동성 크고 신재생에너지는 안정성 떨어져 전력 공급에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원인 석탄 발전은 정부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 정세도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는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고, 그 추세를 고려하면 2분기 한전의 직접적인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전력업계 전문가는 “원전 가동률 저하로 맞은 한전과 한수원의 적자는 에너지공기업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며 “전기료를 인상한다거나 전력공기업에 전기를 판매하는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상쇄시키면서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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