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삼성의 ‘조용한 기념일’이 이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은 오는 7일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별 다른 내부 행사나 기념식 없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났다. 또 인공지능(AI)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는 등 ‘이재용 식 신경영’은 이어지고 있다. 

‘신경영 선언’은 1993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표한 것으로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나부터 변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것을 말한다. 

이후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각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게 된다. 재계에서는 ‘신경영 선언’이 1위 기업 삼성을 만든 기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매년 6월 7일 신경영 기념식을 열었으나 최근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의 악재로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해왔다. 특히 2016년에는 별 다른 기념식 없이 이 회장의 어록을 사내 인트라넷에 띄우는데 그쳤으며 지난해에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올해도 삼성은 기념식 없이 신경영 선언을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신경영 선언을 기념할만한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최근 AI를 향해 보이는 광폭 행보는 25년전 신경영 선언에 못지 않은 혁신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25년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처럼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본격적으로 경영 전반에 나서진 못하고 있지만 지난 2월 출소 후 세차례 해외 출장에 나서며 AI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AI 기업에 대한 대형 인수·합병(M&A)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음성인식 AI기업인 비브랩스와 챗봇 인터페이스 개발 스타트업인 플런티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M&A 뿐 아니라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데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17일 ‘삼성 홈IoT&빅스비 미디어데이’에서 1000명 이상의 AI 연구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삼성리서치(SR)가 한국 AI총괄센터를 열고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AI연구센터를 연구한데 이어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AI 연구센터를 차례로 열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전세계 총 5곳의 AI 연구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4일 AI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세바스챤 승 교수와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했다. 

세바스챤 승 교수는 뇌 신경공학을 기반으로 한 AI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2008년 AI 컴퓨터를 구현하는 토대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2014년부터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역임했다. 세바스챤 승 교수는 SR에서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다니엘 리 교수는 2001년부터 펜실베니아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인공지능 분야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NIPS)과 인공지능발전협회(AAAI) 의장이자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팰로우다. 다니엘 리 교수 역시 SR에서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에 관련한 연구를 담당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AI 부문을 책임질 전문가들을 위해 새로운 직책을 만들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바스찬 승 교수와 다니엘 리 교수는 각각 삼성전자의 초대 CRS(Chief Research Scientist)가 됐으며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도 삼성전자의 초대 CIO(Chief Innovation Officer)로 발령이 났다. 

데이비드 은 CIO는 벤처 투자조직인 삼성넥스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연구조직인 SR과 함께 AI 부문 육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데이비드 은 CIO는 지난달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즈 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 2018’에서 “AI가 모든 사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삼성넥스트는 AI와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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