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로지스틱스의 LNG추진 벌크선 그린 아이리호. 지난해 12월 인도된 선박으로 세계 최초로 포스코 고망간강이 적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 출처=포스코>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제해사기구(IMO) 해양오염방지협약 시행을 2년여 앞두면서 'LNG추진선'과 '저유황선박' 간의 선택을 놓고 해운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 31일까지 선박발주 지원을 희망하는 선사들로부터 신청서를 접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구체적 지원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IMO의 황산화물 규제에 맞춘 전략으로 민·관 부문을 통틀어 2025년까지 LNG추진선 100여척을 발주토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주요 내용은 LNG추진선 건조시 보조금과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현대상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사들이  LNG추진선 도입을 꺼려하거나 사정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IMO는 2020년부터 공해상에서 운항하는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 기준을 현재 3.5%에서 0.5%로 강화한다. 이번 조치가 예외는 없으며 전세계 선사에 일괄적으로 시행된다.

동시에 대형 선박의 경우 건조기간이 짧아야 1년 6개월 걸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국내 해운사에서도 지금 시점 LNG추진선박 발주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선사들은 '먼 나라 얘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는 신조선을 투자하는 것보다 기존의 선박 유지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SM상선 관계자는 "시장 추이를 보면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신조선 도입보다 기간이 적게 걸리는 탈황장치(scrubber) 설치나 저유황유 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M상선은 현재 21척의 컨테이너 선대를 보유하고 있다. 

저유황 연료유란 유황성분이 1% 함유된 연료유를 말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안 수역에서 환경규제가 설정돼 있는 지역을 항해할 때 사용된다. 아시아, 태평양 수역 내에서는 가격이 싼 유황성분이 3.5% 함유된 고유황 연료유가 사용되고 있는데 IMO 규제가 본격화되면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두배 가까이 뛸 것이라는게 해운업계의 인식이다.

반면 56척의 선대에 20여척의 LNG추진선을 포함해 선대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IMO규제를 대비해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리는 현대상선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해운재건계획은 오는 8월 발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이달 중에 발주를 완료해야 2020년 이후 선박 인도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20년이 넘기더라도 연료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버틸 수 있으나, 자칫 기존의 계획이 틀어질 경우 벙커C유보다 훨씬 비싼 저유황유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정비 증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절호의 기회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머스크·MSC와의 얼라이언스(해운동맹) 계약기간이 2020년 3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면 반드시 그 이전에 자랑할만한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한 척이라도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듀폰사의 스크러버가 장착된 컨테이너선박

현재 국내에서 운항 중인 LNG 추진선은 인천항만공사 소속으로 2014년 취항한 '에코누리호' 관광선과 내항선사인 일신로지스틱스가 지난해 12월 도입한 5만톤급 벌크선 '그린아이리스호'가 두 대가 전부다.

이처럼 LNG추진 국적선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등 국내 벌크선사들도 정붕 계획과는 달리 소극적인 모습을 모이고 있다. 

팬오션 관계자는 "LNG추진선 시대가 왔다는 명분에만 맞춰 신조 발주를 하기는 실무적으로 어렵다"며 "지금까지 꾸준히 신조 발주를 진행해온 만큼 큰 비용이 크게 드는 LNG추진선 신규 도입보다는 기존의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방향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8척의 LNG추진선을 이미 주문한 폴라리스쉬핑도 추가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광석운반선 등 8000억달러 상당 18척의 LNG추진 벌크선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투자해온 선박 자체들이 LNG와 디젤오일 모두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엔진(DF, Dual Fuel) 장착 선박인 만큼 향후 유가 변동 등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대형3사가 제작한 LNG추진선은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50%를 넘어서며 1위를 달리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수주만 쏟아지는 반면 국내 해운산업이 정반대인 것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저유황유 구입시 보조금 지원 등의 실질적인 대책이 거창한 선박발주 지원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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