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정유업계에서 막내로 꼽히는 에쓰오일은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위기가 곧 성장의 기회'라는 사업 성공 방정식을 증명해낸 기업이다.

1976년 쌍용양회와 이란의 국영석유회사 NIOC가 합작 투자한 한국 이란석유주식회사가 에쓰오일의 전신으로 국내 정유4사 중에서 가장 늦은 출발을 했다. 그러던 1992년 이슬람 혁명과 함께 이란 자본이 퇴각하면서 사우디 아람코가 지분 35% 매입하면서 주인이 바뀌었으며, 2000년 3월 쌍용그룹에서 분리돼 에쓰오일이라는 상호가 탄생했다. 

당시 아람코의 자회사 AOC가 1대 주주, 한진그룹이 2대 주주였다. 이처럼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에쓰오일은 2013~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7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하는 위기에 놓였다. 정유산업의 연구개발(R&D)라 할 수 있는 '고도화 시설' 투자를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당시 고부가가치 정제 사업 전망을 높이 본 아람코는 한진그룹이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28.4%를 매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단일 대주주로 올라선 아람코는 곧바로 '수퍼 프로젝트'란 이름의 혁신DNA를 입히는 작업을 개시했다.

당시 혁신 작업을 담당한 알 마하셔 에쓰오일 CEO는 노후화된 시설을 교체하는 동시에 벤젠과 파라자일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3배가량 높여 포트폴리오 강화 작업에 나섰다. 마하셔 사장이 임기 동안 쏟아 부은 투자금은 무려 6조4000억원. 이같은 혁신에 힘입어 에쓰오일은 지난해 매출액 20조8914억원 영업이익 1조4625억원을 달성했다.

올 하반기부터 가동되는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도 당시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시설이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현재 12%인 중질유 비중은 4%로 크게 줄어드는 반면, 경질유는 74%에서 77%, 석유화학 제품은 8%에서 13%로 증가한다. 이를 통한 추가 수익은 연간 8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향후 2025년 '영업이익 3조원', '시가총액 25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에쓰오일의 지역별 수출 비율을 보면, 중국이 20.2%로 가장 높고, 호주(16.4%), 일본(11.6%), 동남아시아(11%), 미국(8.8%), 싱가포르(8.6%), 유럽(6.6%) 순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지사를 통한 수출 다변화도 에쓰오일의 경쟁력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악의 정유 업황이 이어지는 시기에경쟁 업체들이 투자를 축소할 때 거꾸로 투자를 단행했던 것이 에쓰오일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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