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근간을 이루는 ‘뼈’는 쉼 없 이 세대교체를 한다. 다른 장기와 마 가지로 유기적 조직체인 뼈도 지속적 인 세대교체를 통해 성장을 완성해 낸다. 파괴와 창조를 거듭하기 때문 이다.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와 뼈 를 생성하는 ‘조골세포’가 상호작용하 면서, 오래된 뼈조직을 없애고 새로 운 뼈를 만들어 건강을 유지하고 성 장시킨다. 이렇듯 파괴는 새로운 생 명 탄생의 과정인 셈이다.  기업의 성장도 이러한 뼈의 성장 체 계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이란 시대적 조류 속에서 기업의 ‘파괴’를 통한 ‘창조’는 선택이 아닌 생 존의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자양분이 바로 ‘혁신’ 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우선 ‘파괴’로 부터 시작한다. 낡은 관습이나 관념, 기술 등은 파괴되고 새로운 것이 자 리해야만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 다는 얘기다. 혁신과 파괴는 동전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혁신을 ‘창조 적 파괴’로 정의한 바 있는 조지프 슘 페터의 언급처럼 ‘파괴’와 ‘창조’의 순 환주기를 이해할 때 기업의 혁신성장 을 앞당길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창조적 파괴’는 과거의 기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옛 기술 의 대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속성 없는 ‘단 발적 혁신’은 기업의 정체만 가져올 뿐이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애플의 현재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애플이 올 1분기 매출이 611억3700만달러(약 65조4472억원) 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이폰 판매 증가세 주춤 등 ‘포스트 아이폰’ 부재 장기화로, ‘혁신 정체’에 대한 시 장의 우려는 여전히 팽배하다.

이러한 애플의 부침을 목도하면서 ‘지속적 인 혁신’, 즉 연속적인 ‘창조적 파괴’를 위한 ‘이노베이션엔진(Innovation engine, 지속적 인 혁신에 필요한 요소를 의미)’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는 ‘혁신을 위한 혁신’ 보다는 ‘의무적 혁신’에 그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혁신’에만 매몰돼 ‘혁신의 지속성’에 시야 를 넓히지 못하고, 오히려 ‘혁신’의 주체가 아 닌 객체로서, 진화된 기술혁신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동태적(動態的)체제가 아닌 정태적(靜態的)체제에 그치고 있다는 자아비판도 쏟 아진다.

지금까지 쌓아온 혁신이 ‘또하나의 과 거’가 되지 않도록 우리 산업계와 정부가 지 속적 혁신의 기폭제인 ‘이노베이션엔진’에 대 한 진지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 끌어 내기 위한 주체자인 기업이 가져야할 자 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경직된 조직 체계와 관습이 기 업의 기술과 경영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면서 ‘혁신적 기업 모델’ 제시 필요성도 거론된다.

이런 점에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일탈도 ‘혁신’의 단초라는 해석은 무리는 아니 다. 변화의 ‘점’들이 모여 혁신이란 획을 그을 수 있도록 ‘변화의 습관’이 지속적 혁신의 자 양분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발표한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는 실제 기업 현장에서 외적으론 ‘혁신’을 외치면서도 내부적 경직성으로 인해 ‘혁신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음을 우회 적으로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16년 1차 진단 후 2년 간의 개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 와 주요 기업을 분석한 ‘조직건강도 심층진단 결과’ 등을 담고 있다. 이 결과 국내 기업이 불 통·비효율·불합리 등으로 요약되는 후진적 조직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만, 근본적인 변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년 전 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낙 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직장인의 상당수는 ‘청바지 입은 꼰대’, ‘무늬만 혁신’ 등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기업 직장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 사에서 ‘기업문화 개선 효과를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근본적인 개선이 됐다’는 응답은12.2%에 그쳤다. 반면, 전체의 59.8%는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고, ‘이벤트성일 뿐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 답도 28.0%에 달해 직장인 87.8%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주요 기업의 조직건강도를 심층 분석한 결 과에서도, 조사대상 8곳 중 7곳이 글로벌 기 업에 비해 약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4곳은 최 하위 수준, 3곳은 중하위 수준, 중상위 수준 은 1곳으로  최상위 수준은 없는 것으로 조사 됐다.

대한상의는 “전근대적이고 낡은 한국기업 의 운영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 자의 삶의 질, 반기업 정서에 이르기까지 우 리 사회가 처한 여러 당면 과제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선 기업문화 혁신을 필수과제로 인식하고 전 방위적인 개선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 했다.

혁신의 주체자인 기업의 이같은 조직의 경 직성은 오히려 기술과 경영 혁신의 속도를 저 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4차 산업혁명 시 대에 필요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고정된 관념 의 틀 속에서 태동하기가 쉽지 않다는점에서 다. 혁신의 과도기 과정에서 기업이 혁신의 방향성을 정립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세 계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이 느끼 는 위기의식은 한층 높아져있는 상태다. 경영 혁신과 기술혁신 등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 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수 출이 호조세를 보이지만 반도체 등 편중 현상 심화는 경제 불균형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정 산업 의존도가 너무 커지면 해당 산업의 업황 에 따라 전체 경제의 불안전성이 크게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19위에 그친다 는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EU 주요국의 4차 산 업혁명 대응정책과 혁신 네트워크 구축 현황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국의 경쟁력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국제무역연구원이 분석한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에서 미국(3위), 영국(8 위), 독일(13위) 등에 뒤진 채 20위권를 간신 히 넘었다. 연구원은 스위스 금융기관인 UBS 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준비도, 세계경제포 럼(WEF)의 네트워크 준비지수, 국제경영개발 대학원(IMD)의 디지털 경쟁력지수 등을 합산 해 순위를 매겼다. 1위는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아시아권인 대만(14위)과 일본(15위)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상위 10개국 중 5개국은 유럽연합(EU)소속으로 유럽 국가들이 4차 산 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이 시급한 가운데 정부 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사실상 제자리 수 준에 머물러 국가혁신역량에 위기가 올 수 있 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최근 국회입 법조사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까지 10% 이 상이었던 정부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올해 1.1% 수준까지 떨어졌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 면 사실상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총 연구개발비 규모 는 약 69조4055억원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 일에 이어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는 세계 2위로 이스라엘과 최상위 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성장이 정체되고 있고, 특히 정부 연구개발비의 증가 율 감소가 뚜렷한 상황이다. 정부 연구개발비 정체는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R&D 투자가 주춤하는 사이 과학기술 혁신 역량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 술혁신역량지수는 2006년 첫 발표한 이후 12 위에서 2015·2016년 5위까지 계속 상승하다 지난해 최초로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평가 대상국에 추가된 이스라엘과 후순위였던 네 덜란드가 우리나라를 앞지르면서 순위가 7위 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 해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와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비를 2배로 확대하겠다는 정책 기조 를 발표했지만,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라 투자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 R&D 체계를 효율화 하고 제도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 를 앞두고 기업이 경영혁신, 기술혁신 등 다 양한 혁신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도 불 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기업 의지가 실제 성과 로 나타날 수 있도록 발을 맞춰야 한다”고 강 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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