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배달 대행 업체 바로고가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에서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이번 투자는 스타트업간의 국내 투자 유치건 중 가장 큰 금액인 약 2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 4500억 원을 기록한 바로고는 현재 월평균 배송 건수가 200만 건 이상으로,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월 100만 건의 배송 건수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경쟁사 메쉬코리아와의 격차를 3배 이상으로 더욱 벌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진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스타트업 생태계는 헤쳐 나가야 할 관문이 많다.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창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투자 등 자금문제, 여러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스타트업의 동향과 우수 사례, 기업 소식, 우수 기업 및 인물 인터뷰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스타트업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이뉴스투데이는 현 시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최성진 대표와 함께 스타트업의, 스타트업을 위한 길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김용호 기자] "스타트업에 대한 우리 시장의 가치 기준이 제고되어야 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가 29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그 잠재력이나 성장성에 비해 '코리아디스카운트'라고 할 정도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첫 번째로 다양한 규제 때문에 국내 시장 자체가 저평가되는 부분과 두 번째로 M&A 등 투자회수 경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콘'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서 스타트업 간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조차 저평가받는 상황에서는 스타트업간 투자 활성화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주 이륜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가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에서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자리잡은 스타트업이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특히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인 스타트업 간 투자는 양 사의 성장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 "같은 배달앱 시장에 있는 우아한형제들도 연관된 스타트업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시장의 확장과 성장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양쪽 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나아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시장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장 자체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스타트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글로벌 경쟁에도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규제혁신없이 혁신성장만 하는 방법은 없다"면서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창업과 초기성장에 집중되어 있다. 본격적인 성장과 exit에 대한 정책은 거의 없거나 부실하다. 창업만 많이 한다고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크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계속 나오고, 그 창업자들이 다시 투자자로 생태계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사례들이 많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공동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지난 2016년 9월 50여 개 회원사로 출발했다. 현재는 300여 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타트업 단체로, 지난 4월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재출발했다.

최 대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들이 함께 모여 스타트업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의장을 맡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해서 주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통해서만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 사회적 위상은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조차 스타트업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코스포의 장기적 목표에 대해서는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최 대표는 "이를 위해 규제혁신을 비롯해 정책적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 중이고, 스타트업들을 위한 법률, 교육, 투자, 교류, 복지 지원 활동도 병행한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대한변협과 업무협약을 맺어 법률특허지원단을 운영 중이고,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스타트업 정책자문단도 활동 중이다. 생태계 내에서 협력과 지원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의 목표는 회원 스타트업을 1000개를 돌파하는 것으로, "최근에 300개를 넘어섰는데 단순히 양적인 의미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사회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의 힘을 더 많이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코스포 가입은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면 간단한 가입승인 절차 후 활동할 수 있는데 대략 1주일 정도 소요된다. 코스포는 비용 지출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준회원 제도와 더불어,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함께 교류하고 싶은 선배 기업들을 위한 특별회원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파트너' 같은 제도도 계획 중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조직이 바로 코스포의 지향점이다.

최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가장 빈번히 부딪히는 장애물로 언급하는 이른바 '포지티브식 규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제도를 만드는 속도는 기술과 서비스가 혁신되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한 후 규제 정비에 나서서는, 혁신이 지체되어서 국내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의 스타트업들과 경쟁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 특히 규제 부분은 미국, 중국, 이스라엘은 물론 인도네시아나 인도보다도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에서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해볼 수 있는 미국식 규제시스템과 혁신 서비스가 성장해서 시장이 충분히 형성될 때까지 지켜보는 중국식 규제시스템에 비해 현격히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국내 법제도의 특성과 입법/행정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인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는 한 국내 혁신기업의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이 외에도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 온라인을 차별하는 규제, 그림자 규제, 중복 규제 등 혁신 스타트업의 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규제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우선허용-사후규제(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환영하지만, 규제혁신은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국정보고서를 통해 이미 도입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는 최 대표는 "방향을 제시하고 법안을 발의했을 뿐 ‘규제 샌드박스’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특히 기존 산업과의 충돌이 일어나는 영역, 사회적 논란이 있는 영역의 규제혁신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카풀 등 교통 신산업 규제 해커톤은 7개월째 열리지도 못하고, 정보의 활용보다 보호에 치우친 규제의 개선은 구체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성과 홍보부터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혁신의 성과가 일천함에도 성과가 큰 것처럼 포장하려다 근본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지난 정부의 과오를 따라가서는 안된다. 작고 쉬운 규제개선 과제는 성과가 나오고 있으니, 크고 중요한 규제혁신 과제에 대해서도 끝까지 노력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작지만 내실 있는 여러 신생 스타트업들에 대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은 그 스타트업의 고유한 가치이다. 단기간 내에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몇 년이고 견딜 수 있는 작지만 내실있는 생존구조를 만들고 시장(이용자)을 설득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들도 대부분 그런 과정을 견딘 후 기회가 왔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이용자를 설득할 수 없거나 생존구조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사업전환(피봇팅)도 필요하다. 우리의 가치와 시장의 반응 사이에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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