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평화의집 '북한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판문점 공동취재단 이세정(이뉴스투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벽 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또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오전 9시 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역사적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쪽 판문각 앞에 모습을 보이자 MDL 쪽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MDL을 사이에 두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냐"고 물었다. 남측으로 넘어온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되물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북측으로 넘어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약 10초간 월경했고, 예정에 없던 사진까지 찍었다. 

이후 두 정상은 남측 차로로 이동했고 초등학생 남녀 화동 2명이 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전통 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MDL에서 약 130m 가량 도보로 이동한 두 정상은 오전 9시 35분께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에 위치한 판문점 광장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의장대 행렬을 하면서 "외국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두 정상은 양측의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포토 타임 역시 예정에 없던 깜짝 일정이다.

두 정상은 평화의집 1층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1층에 걸린 민정기 작가의 작품 '북한산' 앞에서 김 위원장은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오전 9시 48분경 환담장에 입장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우선 환담장 뒷 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라는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라며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에 미음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이다. 거기에 기역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사맛디'는 '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며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 하셨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불과 52키로미터 떨어져 있어 한 시간 정도 걸렸다"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웃으며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불과 200미터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 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 많은 주민들이 환송을 해 줬다. 그만큼 오늘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이어 "대성동 주민들도 다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환담장 앞편에 걸린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며 "왼쪽에는 장백폭포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영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진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이어 "대통령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로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김여정 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됐다"고 말했고 배석장에는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여정 부부장의 얼굴은 빨개졌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김 위원장은 "김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했다.

임종석 준비위원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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