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모임인 희망나눔 주주연대가 20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삼성증권, 금융당국, 공매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민석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소액주주가 삼성증권 '위조 주식' 사태에 직접 거리로 나섰다.

소액주주 모임인 '희망나눔 주주연대'는 20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삼성증권의 영업정지와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날 집회 인원은 500명으로 신고 됐으나, 약 800명의 소액주주가 참석했다.

소액주주들은 팸플릿을 높게 들고 '너희는 고립됐다', '삼성증권 폐기하라', '검찰조사 즉각 시행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석을 위해 전라남도에서 상경한 40대 남성 정모씨는 "삼성증권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가 진짜 거래로 이어진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금융권 전반에 걸친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내일도 참석해 규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나눔 주주연대는 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2000명 규모로 2차 집회를 연다.

장원교 희망나눔 주주연대 대표는 개회사에서 "운동장이 기울어지다 못해 엎어져 공평하지 않은데 어떻게 감독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김민석 기자>

장원교 희망나눔 주주연대 대표는 개회사에서 "소액주주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음에도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 감독기관이 그냥 지켜보겠다는 발표를 지켜보면서 과연 내가 정상국가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던 점이다"라며 "운동장이 기울어지다 못해 엎어져 공평하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감독당국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집회에 참석한 서울 은평구 거주하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금감원이 위조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사실이 경악스럽고, 꼭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아이들도 용돈을 쪼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며 "특히 첫째 아이는 셀트리온 주식을 67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매도의 잘못으로 촉발된 이번 시스템 규탄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회는 삼성증권과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사태의 핵심으로 부상한 '공매도'의 폐지를 촉구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온 40대 남성 김모씨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개미를 죽이는 무차입 공매도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일반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 수를 발행한다면 발행되지 않지만, 기관인 삼성증권은 버젓이 발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며 "기관, 외국인을 비롯한 거대한 세력이 유령주식을 발행해 착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을 압박하는 나라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피력했다.

규탄사를 발표한 정영열 희망나눔 주주연대 이사는 "3월에 7만원을 위조한 50대 노인은 즉각 구속됐지만 112조원을 위조한 증권사는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쯤 되니 증권사가 여태 얼마나 많은 불법과 편법으로 개미들의 뒤통수를 때렸는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삼성증권은 법의 철퇴가 내려지기 전에 스스로 영업정지 하라"고 외치고, 즉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증거를 인멸한 시간을 준 금융당국에 대한 규탄도 함께 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집회와 관련해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초대가수 박준이 이 날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참가자들은 기존의 집회와 달리 공연과 더불어 참가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 <사진=김민석 기자>

이날 시위에는 예상했던 500명의 인원을 넘어서는 800여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이에 혼잡함이 예상됐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해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버리고, 시위선을 벗어나지 않게 자리를 당겨 앉아 다른 이에게 자리를 마련해줬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부부는 "지인에게 금융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고, 여의도를 지나는 길에 집회에 참석했다"며 "집회의 느낌보다는 공연에 참석한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 날 집회에는 초대가수 '박준'이 참석해 김광석의 '일어나', 윤도현의 '나는 나비' 등의 노래를 부르며 집회 참석자의 피로를 씻어주고, 흥을 돋웠다.

한편,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사고 관련 고발 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13일 국민신문고에서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과 배당업무 관계자, 매도자 등 7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상 사기·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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