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 판매가 시작되면서 보험사들의 속사정이 주목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손해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의 속사정이 주목 받고 있다.

경증 만성질환자나 치료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가 가입할 수 있는 실손보험은 양면성을 지닌 상품이다.

발병 확률이 높은 유병력자에게 필요한 상품이지만, 130%를 넘어서는 일반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웃돌 것으로 예측돼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보험개발원, 보험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의 올해 2분기로 출시·판매 시점을 잡고 논의를 지속해왔다.

결국 지난 달 30일 삼성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DB손보, 농협손보 등 8개 손해보험사가 이번 달 안으로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시장의 문이 열렸다.

금융위는 이번 상품 출시에 앞서 최근 5년간의 치료 이력, 중대질병 발병 이력, 수술·투약 등 진료기록 등을 심사하는 기존 제도를 개선했다.

개선된 제도에는 최근 2년간 치료이력만 심사하고 투약 여부는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대질병 심사 기준도 기존 10개에서 백혈병을 제외한 암 1개만 심사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금융위는 만성적자 상품으로 인식되는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장대상 의료비 중 가입자 부담 금액 비율을 30%로 설정했다.

또 가입자가 입원 1회당 10만원, 통원 외래진료 1회당 2만원을 부담하는 최소 자기부담금을 구성해 업계 측에 당근을 내미는 시도를 병행했다.

하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의 요율은 보험개발원에서 해당 통계를 가공해 각사에 제공한 자사요율이 적용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개발원에서 요율을 내어 금융위에 신고할 만큼 통계가 축적 돼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상품의 통계 부족으로 손해율 산출이 어려운 업계는 쓴 소리를 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율적이라고는 하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당국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만큼 업계 입장에서는 '팔아야 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한 실손보험 판매 통계가 충분치 않아 흥행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마지못해 보험을 판매하는 것 같다"며 "당국에서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손해율을 반영한 보험료의 즉각적인 조정도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국이 자동차 보험료 인하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업계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당국 측은 해당 상품의 긍정적인 효과가 조명될 것이라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보험과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는 있으나 상품의 공백이 있어 가입하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을 위해 개발에 착수한 것"이라며 "당국 측에서는 업계와 오랜 기간에 걸친 협의 끝에 개발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판단했다"고 피력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에 출시된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다른 상품과 끼워 파는 것을 금지하고 ‘단독상품’으로 분리토록 규정했다.

이에 보험설계사가 이익을 얻기 힘든 구조인 단독형 실손보험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아, 해당 상품이 유명무실 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탄력을 받고 있다.

또 지난 2014년 출시됐다가 높은 자기부담금으로 3년간 가입자가 3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노후 실손보험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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