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원전을 선포한 지난해부터 월성, 고리, 울진, 영광 등 원전지역에 지급되는 지역지원 금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1(우)와 2호기(좌) 전경. <사진제공=한수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원자력발전(이하 원전) 설치 지역의 보상 차원에서 마련된 ‘원전 주변 지원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탈원전을 선포한 지난해부터 월성, 고리, 울진, 영광 등 원전지역에 지급되는 지역지원 금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 배경은 이렇다. 원전지역 지원금 지급은 정부가 1989년 제정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전지원법)’에 의거해 시행됐다.

이에 따르면 원전 발전기로부터 반경 5㎞ 이내 위치한 읍·면·동은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받고, 5㎞를 벗어나는 지역도 지원금의 30∼50%를 배분받는다.

지원금은 고용, 소득 증대, 사회복지, 교육, 기업 유치, 지역 경제, 주거 환경 개선 등에 쓰이도록 규정됐다.

해당 법은 지원 사업의 종류와 규모를 명시하고, 지원 대상과 방법은 발전소의 종류ㆍ규모ㆍ발전량, 가동 기간, 주변지역 및 발전사업자의 여건 등을 고려해 정하게 된다.

한수원은 발전지원법에 의해 기본지원사업비, 사업자지원사업비를 발전량에 따라 납부하고, 정부도 일정 금액을 지역지원사업비을 납부하고 있다. 기본지원사업비와 사업자지원사업비는 전전년도 발전량 대비 1KW당 0.25원이다.

즉 발전소가 가동되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전기 발전량이 줄어들면 재원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다.

해당 지역이 원전 유치를 위해 제공한 토지 등의 물적 자산과 환경 부담을 금전으로 보상해주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포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발전지원법은 실효성을 잃으면서 ‘있으나마나한’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선 지원 금액의 절대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 새울, 한빛, 월성, 한울 지역 본부의 지원금이 2016년 542억1700만원에서 2017년 526억9700만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호기가 폐쇄된 고리본부의 경우 2016년 201억2000만원에서 2017년 92억3400만원으로 감소폭이 반토막이 났다.

원전 지역 주민들은 지원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관할 지자체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타격을 입은 주체는 주민뿐만 아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지역 지원금이 끊기자 해당 지자체의 세수 확보에도 구멍이 났다.

지난해 발전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고리원자력본부는 지역자원시설세 역시 전년 대비 약 215억이 감소한 200여 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고리원전이 위치한 기장군의 법인세도 120억원에서 100여 억원으로 2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에 해당 지자체들은 지역 숙원 사업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가동 중단으로 전력 수급은 물론 지원금 수급마저 끊기면서 원전은 해당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원전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만의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원전 가동이 활성화했을 당시에도 발전지원법의 실효성이 미미했던 점을 들어 법제 존립 자체에 근본적인 지적을 제기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최한수 박사와 한성대 경제학과 홍우형 교수는 지난해 ‘원전 주변 지원제도의 경제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그런데 분석 결과, 원전 주변지역 지원제도가 지역내 총생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에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은 오로지 지원자치단체의 건설 부분 지역총생산을 올려주는 효과만이 있었을 뿐 사업체의 수나 고용량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 원전 전문가는 “발전지원법 시행으로 투입하는 지원금 규모는 급속히 증가했지만 정작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운영돼온 것”이라며 “법제 존립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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