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뉴스투데이 유제원·김민석 기자]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이 이뤄진 만큼 그늘도 많다. 사회복지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방증이다. 특히 우리의 사소함이 타인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보람찬 일을 담당함으로서 얻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조경연 전무는 자신의 일을 어두운 구석을 밝게 비추는 것으로 빗대어 표현했다.

생명보험재단은 생보사들의 출연금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전개하는 공익재단이다.

조 전무가 말하는 재단 설립의 목적은 '국가와 사회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그늘에 들어가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이끌어 제도화가 되면 다른 소외지역을 찾아 지원해 끊임없이 사회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살 예방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죽고 싶어서 자살하는 사람은 없고, 살 수 없어서 죽는 것이라며 자살이 '환경'의 문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살의 유형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병리적 자살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우울증이다. 10명 중 3, 4명이 우울증으로 자살한다.

그는 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치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그는 "우울증은 주위에 관심을 갖는 사람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충동적 자살이다. 이 자살유형은 전조가 없어 예방하기가 힘들다. 자살 수단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재단은 자살 수단 예방 차원에서 자살 다발지에 SOS생명의 전화기를 설치했다.

조 전무는 "생명보험재단은 2011년부터 20개 교량에 75개 전화기를 운영하고 있다"며 "2011년에 한강의 다리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람이 95명이었는데 2016년도에 11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명의 전화가 처음 도입된 2011년도 구조율은 50%정도였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2016년에는 98%구조율을 기록했다"며 "전화를 들면 상담사에게 연결돼 상담이 진행된다. 그러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119상황실에 전화가 연결돼 수난구조대 출동하여 구조하는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조 전무의 말에 따르면 전화기 너머 들리는 안내원들의 따뜻한 목소리에 안정을 느낀 자살 충동자가 극단적인 생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재단 차원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 전무는 "전화기 사업 같은 경우는 한 대를 설치하는데 시스템, 핫라인 구축과 관리비 등 5000만원정도가 들어간다"며 "일개 재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량은 한계가 있다. 정부·정치권에서 조금만 더 인식을 가지고 지원을 해주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자살 수단 예방 차원에서 건물옥상·교량 난간의 높이를 상승시키는 것도 좋은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소년의 자살은 아파트와 학교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규정 상 학교의 옥상 난간은 1.2m이상이면 된다. 1.8m까지만 올려 설치해도 자살 수단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

조 전무는 대표적인 예로 마포대교를 들었다. 마포대교의 자살률이 가장 높아 난간을 높이고, 기름을 발랐는데, 올해 마포대교 자살률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조 전무가 소개한 두 번째 자살예방지원 사업은 '농약보관함'이다.

한국의 농촌 음독자살자 비율은 국내 전체 평균인 7.1%의 3배를 상회한다. 특히 농촌 거주 노인의 자살률은 끊임없이 늘어왔다.

생명보험재단은 2011년부터 농약보관함을 보급했다. 지난해 충남, 전남, 충북 등 8개 광역, 47개 시군구에 6674개를 보급해 15%였던 농약 자살자의 비율을 7%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올해에는 보관함을 8000개로 늘려 보급하는 한편, 인식개선, 주민 정신건강의료비 지원 등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진행할 예정이다.

조 전무는 "농약보관함 안쪽에 거울이 있어서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봄으로서 심리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지난해 마을 단위로 보급하던 것을 기초지자체로 보급할 계획이다"고 소개했다.

또 재단은 자살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힐링캠프를 준비 중이다.

조 전무는 "자살 유가족에게 재단은 심리치료비를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3월에 힐링캠프를 진행해 유가족 위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보험재단은 생명문화 확산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희귀질환센터가 대표적이다. 재단은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호흡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 605명이 이용하는 전용 병실과 전화상담 139명, 방문간호 46명 등 환자상담 및 가정방문을 통해 환자들을 돕는다.

재단은 삼성서울병원에 뮤코다당증센터를 설치하고 61명에게 진단검사비를 42명에게 비급여검사비를 지원했다. 전남대학교병원에는 희귀난치통합케어센터를 운영 중이다.

조 전무는 "생명존중은 문화라고 본다. 한국에는 전통적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데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치가 돈으로 이전된 경향이 있다"며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본 결과 말로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생명보험재단은 '생명존중대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한 공무원과 일반인에게 상을 수여하고 생명존중정신을 고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재단은 순직공무원에 제한을 두지 않고 현직 공무원과 일반시민을 포함해 시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경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생명보험재단은 살아있는 생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재단이 고령화극복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배경이다.

조 전무는 고령화극복을 위해서는 노인 입장 보고 어디에 무엇을 맞춰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과 관련 가장 필요한 부분은 '치매'라고 피력했다.

"치매는 본인보다 가족에게 고통이 이어지는 만큼 돌볼 수 있는 생산가능 인구가 있어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68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치매 환자 중 30만명의 경증환자를 제외하며 중증이다. 중증 이상은 돌봄의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돌봄과 치료는 명확하게 구분을 해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양 급여는 돌봄에 속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에 포함된 노인 요양 급여는 움직이지 조차 못하는 환자에게 한 달에 180만원씩 국가가 지급을 하는 개념이다.

문제는 치매를 등급으로 나눠 요양 급여 혜택이 차등 적용된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선정한 치매 중증은 1~4급으로 요양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증인 5급은 30만명 가운데 3만명 정도가 일부 혜택을 보고 있을 뿐이다. 이에 생명보험재단은 27만명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한 뒤 지원 사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것이 '기억키움학교'다.

생명보험재단은 2016년 전국 21개 시설에 기억키움학교를 지원해 총 321명에게 우선적으로 도움을 줬다.

올해에도 치매 조기 치료를 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사업으로 입소 확률을 55%줄여 사회적 비용 5000억원 가량을 절감하는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조 전무는 "치매를 약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유지시키는 것이다. 치매는 죽어있는 뇌세포를 반복적으로 훈련시킴으로서 개선된다"며 "생명보험재단은 주먹구구식의 방법이 아니라 두뇌활성화 게임 등으로 실질적인 개선 방법을 마련해 시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적 차원의 치매 지원·치료 방법의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최근 치매 국가 책임제가 도입됐지만 중점은 예방에 뒀다"며 "치매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으면 치료부터 해야 하는데 예방부터 하고 있으니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재단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조 전무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석을 해보면, 80~85년 사이에 평균 출생아 수가 80만명인 반면, 2016년에는 40만6000명으로 줄었는데 둘째, 셋째 출산이 줄어들었다" 며 "아이를 더 낳지 않는 이유를 분석해보니 출산의 고통, 산후우울증 등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생명보험재단은 '생명숲산모돌봄센터'를 운영해 산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재단은 2017년 전라남도와 '출산장려사업' 지원 MOU를 체결하고 해남에 센터를 설치해 환경개선을 지원했다. 올해는 강진의료원, 완도 대성병원 등에 추가 센터 설립을 계획 중이다.

조 전무는 보육 사업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에 아이들의 학력을 지원키 위해 '생명숲돌봄센터'를 열었다. 5개소가 2016년 문을 열었고, 올해 더 확대할 계획이다.

조 전무는 "2012년도에 정부에서 자살자가 죽지 않았을 때의 생산성을 추산해 발표한 적이 있는데 6조5000억원이었다. 당시 1만3000명 정도가 자살했는데 단순 평균으로 1사람 당 4억2000만원정도의 생산을 못하고 죽는 것이다"며 "국가 측면에서는 1인당 4억2000만원을 생산할 수 있는데 올해 156억만 자살 예방에 투입됐다. 일본 정부가 7800억원 정도를 자살자 예방에 투입한 것과 대비된다. 실질적으로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예방하는 사람을 구하기에는 매우 미약한 수치다" 아쉬워했다.

그는 "이는 사고 자체가 '자살하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라는 전제 아래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조 전무는 생명관련 사업에 투입되는 정부와 사회의 지원 및 관심의 부족함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995년에 4930명이었던 자살자가 2016년에는 1만3000여명으로 늘어난 것을 지적하며 자살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또 자살자보다 더 심적이 고통이 크고 치료가 필요한 자살 유가족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병리적 자살의 예방은 정확한 통계에 기반 해야 하는데, 정확하지 못한 통계자료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한 번에 자살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통계를 들며 첫 번째 자살 이후를 제대로 관리하면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5년에 3400명의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통계에 따르면 상담을 받은 사람이 3.3%만이 다시 자살시도를 했고 상담을 받지 않은 사람은 7%가 자살을 선택했다. 즉, 50%의 예방 효과가 있는 셈이다.

조 전무는 "정부가 적극적인 더 투자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생명보험재단이 실시한 사업들의 효과가 검증돼 확대를 할 예정인데 정부가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복지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복지 예산이나 기부금이 한정돼 있는 만큼 얼마의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돼야 한다. 약간의 기업 마인드가 도입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복지 대상자를 상대로 설문을 할 때도 만족도 설문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 생명보험재단은 가치 중심의 설문을 시도했고 현재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현재 복지사업이 아낌없이 주어 얼마나 산출했느냐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복지사업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불특정 다수를 생각하는 사업은 지양하고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중심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일반 노인을 상대로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것보다 독거 노인, 배우자를 잃은 남성 노인 등으로 구체화 해 사업을 진행하면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복지사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조 전무는 "우리가 하는 일을 통해서 사회가 더 좋아지면 그 자체가 보람이다. 복지사업은 수익 창출 사업이 아니잖은가. 나는 직원들에게 ‘남들은 돈을 벌어서 기부하는데 우리는 일해서 효율을 올리는 것이 기부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재단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곧 자원봉사 하는 것이다. 이에 무엇보다도 사명감이 중요하다. 사회복지 부분에서 사명감을 느낄 수 있게끔 사회의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도 필요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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