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는 보험료, 대학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놓고 수수료율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소재 신한카드 신사옥(왼쪽)과 서울 여의도 소재 현대카드 본사(오른쪽) <사진제공=신한, 현대카드>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보험료와 대학등록금의 카드 납부가 수수료율에 발목을 잡혀 논의, 시행이 지지부진하자 업계와 당국·대학 사이의 이전투구로 번질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측면에서 보험료의 카드납부를 추진했다.

2016년 말 기준 전체 보험료 가운데 카드납부 비중은 9.7%에 불과하다는 것이 추진 배경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 카드로 납부되는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생명보험의 카드 결제 비율은 2.2%에 그쳤다.

특히 저축성보험, 연금보험, 변액보험 등의 카드 납부 시행은 전무한 상태다.

최흥식 금감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는 카드·보험 업계 및 협회를 참여시킨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카드사, 보험사 간의 수수료율 조정이 논의의 걸림돌로 등장했다.

보험업계는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때 적용되는 2.2~2.3%대의 수수료율을 1%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카드 수수료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비 비중이 비대해져 보험료 인상 압박이 가중될 수 있어 오히려 손해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는 기존 수수료율에서 0.2~0.3%이상 내린다면 이득은커녕 손해가 난다고 주장했다.

또 카드업계는 보험사를 특수가맹점으로 지정할 수 없고 적격비용 이하로 수수료를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펼쳤다.

적격비용은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비, 매입정산비, 마케팅비, 일반관리비 등 카드결제 시스템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해 결정된다.

카드사는 통상적으로 적격비용에 마진을 붙여 가맹점별 수수료율을 결정한다. 카드업계는 2012년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에 맞춰 적격비용을 산정했으며, 3년 주기로 재산정하고 있다.

이에 당국·업계 협의체는 8차례나 논의를 진행해 0.3%p이하의 조정방안을 내놨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금감원은 결국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에서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안을 제외시켰다. 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올해 하반기에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제도팀 관계자는 "금감원이 카드·보험사 간의 이견을 좁히려 시도했지만 기본적으로 결제 관련 문제는 가맹계약의 형태라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소비자 권익 제고 목적으로 올해 말 수수료율 재협상의 확대를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 결과의 도출은 업계와 소비자에게 행복하지 못한 결말만 가져왔다.

보험·카드업계 측은 당국이 한 동안 잠들어있던 갈등을 일부러 깨웠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마일리지 등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됐다.

보험료의 카드 결제 비율이 낮은 생명보험업계는 수수료율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국내 생보사 중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로고

올해 예정된 재협상에 대한 당국과 업계의 뚜렷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올해 말 재협상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액션이 없는 상태"라며 "협회측에서는 이 문제가 소비자와 보험사에 이득이 되느냐를 따졌을 때 의문이 들기에 전체적으로 스테이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금감원 보험제도팀 관계자도 "소비자 권익 제고 목적으로 보험료 카드결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의할 것이지만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시도,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 시도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해당 해결 사항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2016년 국회가 도입한 대학등록금의 신용카드 납부 문제도 대학교와 카드사 간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시행이 지지부진 한 상태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 '대학의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16개 대학 가운데 등록금 카드 납부가 불가능한 대학은 220개교였다. 이는 53%의 비율이다.

학교별로 보면 358개의 사립대 중 208개교, 58개의 국공립대 중 12개교의 등록금이 카드로 결제 되지 않았다.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도 특정 카드사의 사용만 가능했다.

또 대학별로 보면 고려대, 국민대, 한양대, 경희대, 단국대 등은 카드 납부가 불가하다.

연세대, 중앙대, 성균관대, 동국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은 단 1개의 카드사만 등록금 납부를 허용했다.

고려대학교(왼쪽)은 카드 등록금 납부가 불가능하고, 연세대학교(오른쪽)은 1개사와 카드 등록급 납부 계약이 체결돼 있다.

대학등록금의 카드 납부 시행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수수료율'과 '고등교육법'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와 대학 모두 등록금 수수료율 문제로 이득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와 대학 사이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1.7~2.0%이다. 대학 측에서는 현금으로 등록금을 받으면 1%대의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카드 결제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이 2012년 신설한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할 수 있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을 근거로 수수료율 조정해 나섰다.

이 규정은 지방자치단체가 카드업계와 직접 계약을 체결할 때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성을 갖는 경우 수수료 비용을 인하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등록금은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카드 수수료 인하가 불허됐다.

카드업계는 대학이 교육의 의무를 수행하는 기관인 만큼 공공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대학 등록금의 카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행 고등교육법 상 대학은 수업료와 등록금을 현금 또는 신용·직불·선불카드로도 납부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대학의 카드 결제를 불허에 대해 카드업계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소재 한 대학의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의 강제성 부족과 가맹점 수수료 부담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어 굳이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대학 100여 곳이 특정 신용카드사와 계약해 대학 등록금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리베이트를 기부금, 학교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받아오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드러나 등록금 카드납부는 앞으로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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