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과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20일 오전 국회를 방문, 여야 원내지도부를 면담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민철 기자]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제너럴모터스(GM)는 자신들의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군산공장 폐쇄 철회 불가와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부평과 창원공장도 철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GM본사가 한국지엠으로부터 막대한 차입금을 회수하는 등 회생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지엠의 최악의 경영 상황에 한국 정부가 책임을 지고 자금을 지원하라는 셈이다. 나라의 곳간을 털어서라도 GM과 한국지엠을 먹여 살리라는 겁박과 다름이 없다.

‘칼자루’를 쥔 GM은 느긋할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우리 정부는 ‘투명한 실사 없이는 지원 없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GM이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볼모로 삼고 있는 만큼 지금으로선 GM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난감한 처지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0일 여의도 국회를 찾아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볼모로 삼으며 한국지엠 지원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날 앵글 사장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과 한국지엠 회생계획안을 놓고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에서 베리 엥글 사장은 GM의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유지 의지를 드러냈지만 강경 기조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앵글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GM의 입장은 한국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변화가 필요하고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차 투입이 이뤄진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뿐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GM은)수십만개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의지만 피력할 뿐 구체적인 대안이나 투자 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특히 폐쇄 조치한 군산공장에 대해서는 재가동 의지 등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군산공장에 대해 “수년간 20% 미만의 가동률을 유지해왔다”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 조업하는 것으로 수익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공장폐쇄 철회 불가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되고 있는 GM 본사와 한국지엠과의 비정상적 재무 거래에 대해서는 답을 회피했다.  

앵글 사장은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인천 부평 공장과 경남 차원 공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신차 2종을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공장에 배치하겠다”며 한국 정부와 노조가 협조해 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그는 “신차가 투입될 경우 한국지엠 연간 생산량이 50만대를 유지해 인천과 부평 공장은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며 “현재 폐쇄된 군산공장은 인수 의향자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 공장이 신차 물량을 배정받아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든 노조가 자신들의 요청을 수용해한다는 것이다. 만약 GM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한국GM이 글로벌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이로인해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 수순을 밟겠다는 우회적 압박인 셈이다.

한국지엠 회생계획에 대한 자구책 없이 한국 정부와 노조에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군산공정 폐쇄 철회 등 GM의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앵글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 방한해 산업은행과 정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지만 ‘포괄적 협조’를 요청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자금 지원 규모가 5000억 원으로 관측됐었다. 신규 생산차종 확보를 위해 한국지엠은 28억달러(약 3조원)의 투자가 필요하고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율(17.02%) 만큼 유상증자 참여시 5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GM 본사가 한국지엠에 빌려준 자금 중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3억8000만달러(40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지엠에 대한 회생 의지에 의문이 제기될 뿐 아니라 GM이 요구하는 자금 규모도 엄청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한국GM은 만기가 도래한 자금 상환을 위해 2대 주주인 산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이후 GM 본사가 자금을 회수했다. 일단 GM 본사는 한국지엠으로부터 3억8000만 달러를 회수하고 원화대출금 7220억원의 만기는 2월말까지 1개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하며 동시에 ‘2월 말 중대결정’을 하겠다는 시기와 일치한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GM이 2월 말로 연장한 7220억원을 회수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앵글 사장의 회생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의 지원을 앞두고 추가적 차입금을 회수 한다면 나라 곳간으로 배를 불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GM측이 한국 정부에 대한 1조 원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GM이 한국지엠의 부채를 주식으로의 전환 할 경우 한국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GM이 한국지엠의 부채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출자전환을 제안하고, 대신 한국 정부의 금융 및 세금 혜택 등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GM이 한국에 요청한 지원 금액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GM의 신규 자금 투입 없이 한국지엠의 빚을 우리 정부가 감당하라는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협상의 툴을 가지고 나서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GM의 의지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지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GM의 속셈이 국민 혈세라도 자신들 배만 불리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여야도 GM의 움직임에 따라 초당적으로 협조·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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