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정부가 예고했던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술 비밀유지 서약서 체결 의무화,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제 적용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정부가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대책에 따르면,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모든 기술보호 관련 법률에 도입하고, 배상액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강화했다. 기존에 하도급법을 대상으로 시행되던 최대 3배 배상액을 대폭 올린 것이다.
 
소송이 제기됐을 때 피해 입증 책임도 가해 기업으로 넘겼다. 지금까지는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기업이 입증책임을 떠맡고 있어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 비밀유지 서약서 체결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도급 거래에서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하고, 반환과 폐기 일자도 명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실제로 적용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2011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하도급법의 경우 실제 적용 사례가 지금까지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배상액은 10배까지 늘어났지만 실제 적용이 미지수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 “불법행위로부터 얻을 이익보다 배상금이 커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10배의 배상금과 대기업과의 관계를 맞바꿀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피해 납품업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거래 중단 등의 횡포를 겪더라도 배상금으로 생존할 수 있어야만 실효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기술탈취 신고는 2010년 이후 20여 건에 그칠 정도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분쟁 자체를 꺼리고 있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중 삼성, LG, 현대 등을 거치치 않는 제조업체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거래 단절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 관계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책에서 기술탈취 부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된 것은 실제 적용을 기대하기 보단 예방 효과 등 상징적인 부분이 크다”며 “이번 대책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저조한 신고율을 활성화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기술탈취 피해를 당하더라도 피해 액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것도 걸림돌이다. 김남주 기술탈취 전문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손해배상 액수를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만약 기술 탈취가 없었다면 벌어들일 이익이 얼마인지를 계산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용 대상을 ‘고의적’으로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로 제한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징벌이라는 게 고의적인 잘못에 대해서 벌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탈취에 있어서도 고의가 있어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대로 하면 기술탈취로 인해 존폐를 가를 정도의 피해가 발생해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징벌적 배상이 불가능해진다. 
 
한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술탈취 대책의 핵심 입법 과제가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2월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어 실제 시행 시기는 미지수다. 의원실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국회 자체를 보이콧하고 있어 2월 국회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며 “올 상반기 안에는 입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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