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우건설 단독 협상 지위에 올랐던 호반건설이 돌연 인수를 포기한 이유에 건설업계가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8일 호반건설은 입찰 당시 알지 못했던 대우건설의 4분기 부실을 파악한 후 인수를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사는 아직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은 체결하지 않은 상태여서 인수 의사를 철회해도 문제는 없다. 

이번 인수 포기 이유에 대해 호반측은 지난해 4분기 모로코 등지에서 발생한 3000억 상당의 손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기면서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

하지만 이는 올해 대우건설 실적발표에 잠재손실로 포함된 내용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우건설의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어 직접적인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7일 발표된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대우건설은 해외실적 부진에도 국내 주택부문이 매출성장을 주도하며 매출 11조7668억원, 영업이익 4373억원, 당기순이익 2644원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산업은행 관리 이후 최대 실적으로 총 매출은 전년 11조1059억원 대비 6.0% 증가한 11조7668억원, 이중 국내 매출은 9조1105억원으로 전년 7조7879억원에 비해 17% 증가했다. 해외매출은 2조6563억원으로 전년 3조3180억원 대비 27% 감소했지만 국내 건축부문과 플랜트부문은 각각 11%, 72% 성장했다.

국내 플랜트 부분이 72%나 성장하게 된 것은 에쓰오일이 진행하고 있는 4조8000억원 상당의 잔사유고도화시설(RUC) 플랜트 건설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와 함께 국내 주택·건축사업과 베트남 하노이THT 개발사업 등에서 안정적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잠재손실까지 반영된 실적 보고를 호반측을 이해할 수 없다 것이 플랜트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와 관련 해외플랜트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무릎 쓸 용기가 없다면 해외 건설 사업을 불가능하다”며 “잦은 설계 변경으로 손실을 감당하면서도 도전에 나서 시장을 개척하려는 마음가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지적이 마땅치 않은 분위기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로 인해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이라는 상징적 국가기간 산업체를 정상화 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해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도 대우건설이 실적발표 당시 4분기 모로코 발전소 기자재 문제를 잠재손실로 처리해 설득력을 잃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공공택지 분양 등 안정적인 국내사업만 진행해온 호반건설 입장에서 해외건설 사업에 부담을 느껴 빠르게 손을 털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지난해 해외에서 거둔 수주실적은 290억 달러에 불과하다.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300억 달러를 넘지 못했다. 10여년 전에 비해 36.7% 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는 수주가 중동 지역에 몰리다보니 불안한 중동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국내사 대부분 단순도급 공사 수준에 그쳐 해외건설 현장은 언제나 악전고투의 장이다. 

즉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전문 건설업체가 45년의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해온 대우건설을 헐값에 인수하려던 시도 자체가 틀렸다는 주장.   

또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이후에도 상당기간 경영을 산업은행에 맡기고 직접 개입하지 않기로 한 점도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인수하고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알아봤다“며 ”대우건설이라는 고래는 현금부자 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경영인이 움직일 때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호반건설은 어떤 회사?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호반건설 사옥 모습

호반건설은 현재 재계 서열은 47위다. IMF 경제위기 때 도약의 기회를 맞은 김상렬 회장은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부도 위기를 맞이한 시점에 재무건전성 등을 바탕으로 광주, 호남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임대주택 사업을 펼쳤다. 

이에 힘입어 주택분양 사업에 진출할 기반을 갖추게 됐으며 2000년대 이르러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2002년 천안, 대전, 울산, 전주 등 전국에서 성공적인 분양 성적을 써 나갔고, 서서히 주택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05년에는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고 본격적으로 수도권 사업에 뛰어들어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론칭했다. 이후 용인, 춘천, 충북 오송 등에 호반베르디움을 공급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자 수도권의 알짜 부지를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과감히 매입했고, 2009년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든 이후 이 부지들(인천 청라, 고양 삼송, 광교, 판교 등지)에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연속 흥행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세종시, 동탄2신도시, 전북혁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등 인기 택지지구에서 성공적인 분양을 이어가 지금까지 1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 주택전문 건설업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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