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의류 도매상가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경아 기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이 개정됐지만 소상공인들의 원성은 여전하다. 최근 정부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전안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설명회를 지속 개최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지만 법 폐지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5일과 26일 ‘전안법 하위법령 개정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25일에는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26일에는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섬유·패션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전안법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발의한 법안이다. 전기용품부터 의류, 가구 등의 생활용품 등 KC인증마크 표시를 의무화 해 제품 안전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소비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함이 법안의 골자다. 그러나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인증 비용’ 부담을 안겨 소상공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법안 폐지 주장이 이어져 왔다.

소상공인들은 “개정된 법안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류 제조업자는 “정부가 비용전가를 원자재 구매자에게 하는 것 같다”면서 “왜 원단을 만드는 업체는 인증 비용을 내지 않고, 원단을 사서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 인증비용을 내고 사후책임까지 져야 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재 쪽에서는 관리하는 게 왜 없는 지 모르겠다”면서 “애초에 안전성이 확인된 원단이나 원자재를 쓰면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인증비용을 따로 낼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민호 국표원 과장은 “의류 제품에 대해 말하자면 안전 기준이 없는 나라는 전세계에 하나도 없다”면서 “완제품 생산이나 수입단계에서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입증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제조업자가 이해를 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만 편의를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패션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유니클로는 국내에서 연매출 1조원을 낸다. 싱글 브랜드 중엔 유일하다”면서 “그런데 1개의 인증번호로 여러 가지 상품을 돌려쓰는 것을 봤다. 그런 대기업은 가만 두고 소상공인에게만 까다롭고, 모든 것을 뒤집어씌운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국표원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지 과장은 “유니클로가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면 자세하게 조사는 해봐야겠지만 같은 인증번호를 돌려쓴다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라면서 선을 그었다.

26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전안법 하위법령 개정안 설명회'에서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가 개정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경아 기자>

그는 “같은 원단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을 경우는 디자인은 달라도 인증번호가 같을 수 있다”면서 “소상공인의 안전관리 이행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든 법이라는 걸 알아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전안법 주요 내용은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에 대해 시험검사와 KC마크 표시 등 의무 면제 ▲일부품목은 KC마크 없이도 구매대행 ▲병행 수입 제품에 대한 인증 면제 등이다.

그간 제품별 인증비용이 막대해 영세한 소상공인은 법을 위반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정된 것이다.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은 인체 위해성이나 사고 가능성 등이 비교적 낮은 제품 등 23개 품목이다.

의류 제조업자와 판매업자, 공예업계 종사자 등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대목이 바로 'KC마크 표시 의무 면제'다. 개정 전 법안에 따라 안전 인증 후 KC마크를 부착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를 아예 표시하지 않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패션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KC마크가 붙어있다는 것은 이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국가에서 인정해줬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근데 그걸 굳이 붙이지도 말라고 하니 내가 국가에서 인정한 안전한 제품을 판다는 것을 또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KC마크를 굳이 붙이지도 말라고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를 전안법 계도기간으로 두고 있다. 전안법 개정안은 오는 7월 본격 시행되며, 이달 말부터 3월 입법 예고한다. 또 국표원은 법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소상공인들을 위해 입법 예고기간인 3월까지 지속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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