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 스포츠 <사진제공=쌍용차>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쌍용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기업'이라는 명성에 방점을 찍을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무쏘 스포츠(2002년)와 액티언 스포츠(2006년), 코란도 스포츠(2012년)에 이은 쌍용차의 네 번째 픽업트럭 모델이다. 하지만 이전 세대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단순한 픽업트럭이 아닌, '오픈형 SUV'라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국산차 시장에서 픽업트럭 라인업을 갖춘 업체는 쌍용차가 유일하다.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만큼, 시장 규모는 꾸준히 유지된다. 다른 국산차 업체들은 수요 자체가 한정적이라는 이유로 시장 진출을 미루고 있어 사실상 쌍용차의 독무대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 출시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픽업트럭=화물차'라는 인식이 굳어진 만큼, 판매 확대를 위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이에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에 '오픈형 SUV'과 '오픈형 렉스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픽업트럭 대신 SUV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대형 플래그십 SUV인 G4 렉스턴의 이름을 공유하며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도 박차를 가했다.

주요 타깃층은 더욱 전문화된 레저 활동을 요구하는 익사이팅 라이프를 추구하는 키덜트 세대로 잡았다. 이전 모델들이 용도성에 기반했다면, 렉스턴 스포츠는 실용성과 스타일 모두 챙겼다.

픽업트럭 마케팅을 과감히 버린 쌍용차의 전략은 잘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 보름 만에 6000대의 계약고를 올렸다. 당초 쌍용차가 내수 판매 목표로 제시했던 월 2500대를 2배 이상 상회한다. 특히 쌍용차의 대표 차종인 소형 SUV '티볼리'가 사전계약 한 달 만에 4200여대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사진=이세정 기자>

기자는 지난 16일 경기도 가평 소남이섬 일대에서 진행된 '렉스턴 스포츠 미디어 시승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시승차로는 최고급 사양인 노블레스 트림이 준비됐다.

프로젝트명 'Q200'으로 개발된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해 5월 출시된 G4 렉스턴의 혈통을 잇는다. 전체적인 렉스턴 스포츠의 외관은 G4 렉스턴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전면부는 강렬하다. 날개 모양의 '윙로고'가 그릴 정가운데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릴 중앙을 가로지르는 굵직한 은색 크롬라인과 과감한 후드의 굴곡은 역동적이다. 하늘로 뻗어 비상하는 날개를 형상화한 숄더윙 라인은 그릴을 중심으로 헤드램프를 넘어 사이드 캐릭터라인으로 이어진다. 20인치 대구경 스퍼터링 휠은 속도감이 느껴진다. 후면 디자인 역시 숄더윙 라인이 적용돼 볼륨감이 느껴진다. 번호판은 후면부 중앙부가 아닌, 리어 범퍼 하단에 장착돼 픽업트럭의 이미지도 강조했다.

<사진=이세정 기자>

렉스턴 스포츠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5095mm, 1950mm, 1840mm다. 축거(휠베이스)는 3100mm다. 데크 크기는 가로 1570mm, 1300mm, 520mm다. G4 렉스턴(전장 4850mm, 전폭 1960mm, 전고 1825mm, 축거 2965mm)보다 전장과 전고, 축거가 길어졌고 전폭은 줄었다. 이전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전장 4990mm, 전폭 1910mm, 전고 1790mm, 축거 2060mm)과 비교하면 모든 부분이 커졌다. 다만 데크의 경우 가로는 30mm 줄었지만, 세로와 높이는 각각 25mm, 45mm 커졌다.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 용량은 1011ℓ다. 기존 대비 112ℓ 늘었다. 또 데크에는 파워아웃렛(12V, 120W)을 이용해 다양한 도구 및 용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회전식 데크후크는 적재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이세정 기자>

렉스턴 스포츠의 실내 인테리어는 G4 렉스턴의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된다. 2열 레그룸과 엘보우룸을 비롯해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대시보드에 감각적 디자인의 메탈릭 텍스처 그레인이 사용됐다. 모던하면서도 정제된 인상을 준다.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7인치 TFT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높은 직관성을 제공한다. 또 주행모드에 따라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시각효과로 감성적인 만족도를 극대화한다.

<사진=이세정 기자>

고급 나파가죽 소재의 시트는 각 부위 별로 경도를 차별화한 삼경도 쿠션이 사용됐다. 손 끝에 닿는 부드러운 질감은 '프리미엄 SUV'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1열과 2열 모두 열선시트가 적용됐다. 다만 2열 시트의 경우 온도 조절이 불가능하다.

<사진제공=쌍용차>

이날 시승 코스는 2개로 나뉘어 운영됐다. 소남이섬을 출발해 서울 양양고속도로, 동홍천삼천포휴게소를 거쳐 되돌아오는 왕복 83km의 온로드 구간과 총 10개의 장애물 코스로 구성된 오프로드 구간이다.

우선 온로드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 엉덩이와 어깨, 다리 등 포근한 시트 착좌감이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 중앙부에는 렉스턴의 상징인 날개 엠블럼이 박혀있다. 우아한 인상을 더해준다.

렉스턴 스포츠의 파워트레인은 e-XDi220 LET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0.8kg의 힘을 발휘한다. 우선 스펙은 합격점이다.

시동을 키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다. 2톤의 공차중량이 무색할 정도로 부드러운 페달링과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흔들림도 없었다. 차체 하부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줬다.

시속 60~70km 수준을 유지하다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우웅'하는 엔진음이 들렸다. 이내 빠른 속도로 치고나가기 시작했다. 고속 주행에서는 데크의 존재가 잊혀질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일반 주행에서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풍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동승자와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각 도어에 4중 구조 실링으로 외부 노이즈 유입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노면의 요철과 굴곡이 가감없이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이 마저도 렉스턴 스포츠만의 매력 포인트로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온로드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해 본 연비는 10.2㎞/L로, 공인 연비 9.8㎞/L(4WD 기준)보다 높게 나왔다.

사면경사로 <사진제공=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발휘됐다. 코스는 언덕경사로와 통나무·범피, 자갈, 슬라럼, 범피, 자갈·빙하, 바위, 급경사로, 사면경사로, 모굴 등 10개로 구성됐다.

렉스턴 스포츠는 4트로닉(Tronic) 시스템이 탑재돼 악천후를 비롯해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주행 성능을 확보했다.

가장 먼저 만난 코스는 언덕경사로. 쌍용차는 덤프트럭 100대분의 흙을 직접 다져 이 코스를 만들었다. 언덕을 오르다 중간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이후 발을 떼봤지만 한치의 밀림 없이 일정시간을 버텨줬다.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만났다. 잠시 정차 후 스티어링 휠 왼쪽편에 위치한 저속주행장치(HDC) 버튼을 눌렸다. 저절로 속도를 감속해 페달 조작 없이도 안전한 하강이 가능했다.

저속주행장치(HDC) <사진=이세정 기자>

통나무·범피와 자갈 코스에서는 쿼드프레임 바디가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굴곡이 심한 구간에서는 노면과 차체가 부딪혀 '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단부 손상에 대한 우려도 잠시, 큰 문제 없이 구간을 주파했다.

슬라럼 구간에는 덩치에 맞지 않는 날렵함을 보였다. 속도를 내며 스티어링 휠을 지그재그로 조작했다. 매끄럽게 콘 사이를 빠져나갔다.

추운 날씨인 만큼, 빙판길 코스도 마련됐다. 얼어붙은 강 위에서 급가속을 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차체 흔들림은 물론, 밀림 없이 그대로 멈췄다. ABS가 즉각 개입하며 차량을 안정적으로 통제했다.

언덕경사로 <사진제공=쌍용차>

흙으로 쌓아 다진 급경사 코스에서는 오히려 속력을 내봤다. 순식간에 고지에 올랐다. 렉스턴 스포츠는 차동기어잠금장치(LD)가 장착돼 일반차동기어장치가 적용된 모델에 비해 5.6배의 등판 능력을 발휘한다. 견인 능력 역시 일반 모델보다 4배 높다.

렉스턴 스포츠는 기존 장점인 실용성은 물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와일드한 주행 감성, 차체 안전성 등 많은 부분이 진화했다. 경제성도 갖췄다.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원, 개인 사업자 부가세 환급(차량가격의 10%) 등의 혜택이 있다. 한 마디로 흡잡을 곳이 없다.

렉스턴 스포츠는 일상은 물론, 체험 위주의 아웃도어 활동까지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와일드 2320만원, 어드벤처  2586만원, 프레스티지 2722만원, 노블레스 305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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