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현대자동차그룹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내놓고 경영 투명성 제고에 나서며 정부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데드라인을 맞추기 힘든 만큼,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에 적극 보조하는 제스처를 취해 압박 수위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7일 경기 용인시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었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향후 5년간 차량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로봇·인공지능,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신사업에 약 23조원을 투자하고 4만50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상생협력 강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 신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전문 기술 교육 실시, 현장경영 지도 등 24개 연구·개발(R&D)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협력사 금융지원 등 7316억원 규모의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상생결제시스템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이날 주주들로부터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 받아 선임하는 새로운 주주 친화 제도를 도입했다.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공모는 현재 투명경영위원회(각 사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이사회 내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4개 그룹사가 먼저 도입한다. 향후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으로 확대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행보가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을 직접적으로 언급해 왔던 만큼, 회사가 '1차 데드라인(지난해 12월)'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을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해를 넘기도록 이렇다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1차 데드라인이 경과하자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려있는 오는 3월을 '2차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지주사 합병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어 2차 데드라인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을 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 큰 상황이다.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경영 투명성 제고 등 정부가 추진하는 과제에 동참하는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여 부담을 낮춘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공정거래·상생협력 강화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재벌개혁 주요 대상 중 하나"라며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세우고 사외이사 기능 강화한 것은 현 정부의 기조에 호응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장기 투자 계획이나 협력사 지원 방안 등은 내부적으로 이미 세워둔 상황이었고, 김동연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공개했을 뿐"이라며 "(정부 과제에 부흥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발표한 내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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