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당국에서 한 마디를 내놓을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악재가 겹치면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17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7시 29분 1151만원까지 떨어졌다.이는 지난해 12월 1일 1127만5000원에 거래된 이후 한 달 반 만에 최저기록이다.

이달 6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인 2661만600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전날 같은 시각 거래가인 1950만9000원에 비하더라도 800만원 가까이 빠진 셈이다.

비트코인은 이후 소폭 회복하며 오후 12시 42분 현재 128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급락한 것은 국내외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국내에서는 전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안 언급이 시장을 흔들었다.

김 부총리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부처 간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17일 "현재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로 부를 만큼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범정부 부처가 나서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상화폐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공정위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 신고와 관련한 의무 준수 여부와 과도한 면책 규정을 두는 등 약관법을 위반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15일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두고 제기되는 비판 여론에 대해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 사회, 개개인이 입을 수 있는 보다 큰 손실을 예방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법인계좌 아래 수많은 가상화폐 거래자의 개인 거래를 장부로 담아 관리하는 일명 '벌집계좌'를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이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꺼리는 상황에서 기존 벌집계좌까지 막히면 후발 중소형 가상화폐 취급업자(거래소)는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서울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고있다.<사진=이태구 기자>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 일명 벌집계좌로 불리는 거래소 계좌들이 실명확인부터 자금세탁까지 여러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서 "문제 계좌에 대한 정보를 은행끼리 공유해 거래거절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에 담을 것"이라고 17일 말했다.

이는 벌집계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거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벌집계좌는 법인의 운영자금 계좌나 법인 임원의 개인계좌로 위장한 사실상의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다.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12월 중에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자 후발 거래소들은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은 뒤 이 계좌 아래에 거래자의 계좌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편법을 썼다. 즉 가상계좌만 못한 가상계좌다.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 벌집계좌 장부는 거래자 수가 많아질 경우 자금이 뒤섞이는 등 오류를 낼 가능성이 크고 해킹 등 사고에도 취약하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를 진행하면서 상당수 벌집계좌에서 현행법 위반 소지를 찾아냈다. 벌집계좌내 자금 실소유자가 따로 있는 등 실소유자에 대한 본인 확인 의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자금세탁 의심 거래에 대한 보고 의무도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벌집계좌는 법인계좌나 임원 명의의 개인계좌로 최초 발급되므로 은행 입장에선 계좌 개설 과정에서 적발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 위법 벌집계좌로 사용된 법인계좌 명의나 임원 명의를 금융기관끼리 공유해 선조치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본인 확인이 안 되거나 자금세탁으로 의심될 만한 경우 거래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금융당국은 당초 13일로 예정됐던 은행 검사 기간을 17일까지로 두차례 연기한 바 있다. 그만큼 문제 소지를 많이 발견했다.

금융당국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내주 중 마련해 은행의 실명확인 시스템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런 절차를 마칠 경우 실명확인 시스템은 이르면내주말, 늦으면 1월말께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법령 위반 사항은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가상통화 취급업자 현황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국세청과 공유해 공동 점검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도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은 채굴업자 규제에 나선데 이어 가상화폐 플랫폼 관련 사업을 모두 막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도 가상화폐 악재로 작용했다.중국은 지난해 이미 신규가상화폐공개(ICO)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래소도 사실상 폐쇄한 상태다.

전날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20% 급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통상 국내 이슈로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밤사이에 국제시세는 안정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던 투자자들은 해외 악재 탓에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하자 당황한 모습이다.

여기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이 고객의 원화 환급요청을 일주일째 들어주지 않고 있다.

빗썸 측은 '회사 내부 문제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언제 처리될지 모르겠다'고 안내할 뿐이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가상화폐 시장을 놓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딕 코바세비치 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17일 CNBC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피라미드 사기에 불과하다. 아무 의미가 없다”며 “나는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는 것에 오히려 놀랐다”고 가상화폐 열풍을 비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누군가 비트코인을 살 것으로 베팅하고 있고 일부는 지금까지 맞았다”며 “그러나 이는 다단계 방식일뿐으로 의미 있는 펀더멘털은 없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방크의 카이 반-페테르센 애널리스트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로 오를 수 있다”며 “다른 경쟁 가상통화가 비트코인보다 더 큰 상승폭을 보일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최근 가상화폐 하락은 그동안의 상승세에 따른 적절한 조정으로, 오히려 건전한 것”이라고 가상화폐는 투기가 아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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