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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위기에도 철강업계 '발만 동동'상무부, 트럼프에 조사 보고서 제출…불리한 판정 가능성 높지만 뚜렷한 대응책 마련 못해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내 철강업계의 숨통을 쥐고 있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여부가 조만간 결정날 전망이다. 한국산 철강 제품에 불리한 판정이 내려질 것이란 우려가 높지만, 정작 국내 철강업계는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1일(현지시간)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주요 철강 수출국의 덤핑과 불법 보조금 지급 여부,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상황 등이 미국의 경제·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또 이들 국가에 적용할 수입규제 권고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등 특정 제품의 수입 비중이 증가할 경우 미군용 장비의 외국산 의존도 역시 높아져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제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시 추가 관세 부과, 수입 물량 제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등을 발동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1962년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발동된 적은 없다.

상무부는 행정명령 이후 법정기간인 270일 이내에 국가 안보를 위협할 소지가 있는 특정 수입 품목을 조사한다. 해당 품목이 위협적이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대통령은 90일간 관세 부과, 수입 규제 등의 조치를 가할 지 여부에 대해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0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상무부 장관에게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보고서 제출 기한은 이달 14일까지였지만, 상무부는 이틀 가량 앞서 보고서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수입 규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데드라인은 4월 10일이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이번 보고서에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을 규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1월20일)을 맞은 만큼, 그의 확고한 보호무역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내 철강업계의 근심은 날로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이 수입 규제 국가에 포함될지, 어떤 품목이 제제 대상이 될지, 어느 수준의 규제가 이뤄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정확한 대응책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 상무부는 당장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발표된 이후 연방 관보에 보고서 요약본을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업계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있다.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끼친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일괄적인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일례로 유정용강관(OCTG)의 경우 넥스틸에 부과된 관세율은 46.4%다. 현대제철은 19.7%, 세아제강은 6.7%다. 미국이 일괄적으로 '3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면, 넥스틸은 80%에 가까운 관세 폭탄을 짊어지게 된다. 현대제철은 49.7%, 세아제강은 36.7%의 고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국가별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 규모는 약 350만톤 내외다. 국내 전체 철강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적지않다. 미국은 한국의 연간 철강 수출량을 기존 대비 대폭 낮추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

또 품목별 수출량을 제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미 수출량이 증가한 OCTG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OCTG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었다. 미국은 OCTG가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에너지산업에 사용된다는 이유를 들며 강한 수입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괄 추가 관세 부과와 국가별·품목별 물량 제한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과 상무부가 정한 '일정수입물량'을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만 초고율 관세 작용 등의 규제 방법도 예상 가능하다. 중국산 철강재의 경우 100%를 상회하는 관세가 부과됐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 불리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어떤 규제가 적용되더라도 대미 수출길이 좁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미국의 규제 강도를 가늠하기 힘들다"며 "관련 내용을 파악해야 어떤 조치를 취할 지 정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와 달리 제재 수위가 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입 철강 제품 가격에 민감한 미국 자동차업계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2001년에 철광석과 철강 반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조사를 시행했지만 '안보에 위협이 되는 증거가 없다'로 결론이 난 전례로 미뤄볼 때, 큰 파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세정 기자  sj@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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