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연협뉴스>

[이뉴스투데이 민철 기자]강력한 사정 한파가 몰아칠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 및 경제계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강대국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국내에선 '규제 일변도'로 강경한 모습을 취하는 문재인 정부의  이중성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개정 협상 등 미국의 통상압력, 중국발(發) ‘사드 보복’, 글로벌 보호무역 기류에는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다.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대내외적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 독려는 차치하고라도 강도 높은 수준의 규제를 들이대며 사정 칼바람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 기업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일방적으로주입시키며 일자리 질 향상과 일자리 확대만을 요구하는 등 외풍은 외면하면서 내부에만 칼을 가는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재벌개혁 등에 강공 드라이브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간담회에서 “재벌 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일감몰아주기 규제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 ▲ 주주의결권 확대 ▲스튜어트쉽 코드 도입 등을 직접 거론했다. 그러면서 “재벌대기업의 세계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믿는다”며 사실상 대기업을 향한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재계에선 “편법적 부분에 대한 규제나 범죄가 있는 곳에 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규제 일변도로 ‘모 아니면 도 식’의 흑백 논리만 적용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사정 공포 분위기는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짓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정 한파’를 예고한 상태에서 검찰과 경찰도 이에 가세해 ‘사정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그간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근절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력하게 주문해 왔다. 공정위는 지난해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마쳤고, 일부 대기업에 대해선 집중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전담 조직인 ‘기업집단국’의 활동도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지배구조 개편 데드라인이 지난해 12월을 넘기면서 본격적인 사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SK와 롯데, LG, 효성, 태광, 현대중공업 등이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 조직개편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했던 삼성과 현대기아차그룹은 답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삼성과 현대기아차가 공정위의 첫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목적성과 다르게 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 공익법인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대기업군은 초긴장 상태다.

검찰 등 사법 당국도 사정 기류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검찰이 지난 9일 탈세횡령 혐의로 부영그룹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서울경찰청은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지사 사무실 등 3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세청과 공정위가 부영을 고발한 바 있어 관련 검찰 압수수색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부영은 탈세 혐의와 함께 위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유령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줄기차게 제기 돼 왔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등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겨냥한 수사로 보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현재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검찰은 조현준 효성그룹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수 백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이어 ‘통행세’ 의혹과 ‘고액 급여’ 여성 채용과 관련한 자금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도 초비상이다. 사법당국이 대형건설사들의 강남 재건축 비리를 비롯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건설업계 중심으로 공포감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경찰은 대우건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들의 재건축 사업 관련 비리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해 왔다. 지난해 10월 같은 혐의로 롯데건설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최근에는 GS건설 한 임원이 거액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가 건설업계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정 당국이 본격적으로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사정 한파가 본격화 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문 대통령도 사실상 재벌개혁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전면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국정농단 사건 등 적폐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검찰 등 사법 당국이 그간 소홀했던 대기업 수사에 초점을 맞춰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재계에 사정 광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계는 비리·횡령 등 부조리 혐의에 대한 사정 당국 조사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 한파’가 ‘사정 공포’로 확산돼 정상적인 기업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에 따른 처벌도 당연한 귀결”이라면서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져 있는 시점에서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는 마당에 대대적 사정 기류는 정상적 기업경영 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며 “기업들이 한파를 겪지 않기 위해 공격 경영에 나서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