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28일 한국전력 남서울지사 대강당에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이뉴스투데이>

[이뉴스투데이 민철 기자]한차례 연기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28일 원전 찬반 시민들의 반발 속에서도 가까스로 열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전기요금 인상 논란과 탈(脫)원전에 대한 구체적 방안 등은 제시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됐다. 정부가 원전 찬반론자들의 대립 속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찬반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지사 대강당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공동 주관으로 제8차 전력수급계획 공청회가 개최됐다.

공청회는 시작부터 원전찬성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야 했다. 한전 남서울지사 사옥 앞에서 울진군범군민대책위원회 회원과 지역 주민들은 “공청회를 즉각 중단하고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청회장에서도 소란은 이어졌다. 신수철 감포읍 발전협의회장과 지역 주민들은 공청회 날짜가 지난 26일에서 28일로 연기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청회 개최 무효를 주장했다. 주최 측이 공청회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것을 두고도 “지역 주민을 배제한 공청회가 어디 있느냐”라고 했다. 행사 시작 이후에도 시민들 사이에서 고함과 고성이 높아지자 공청회는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공청회가 강행됐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져 논란을 낳았다. 8차 전력수급계획의 핵심인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 △원전 폐지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20% 달성 목표 등에 대한 구체적 실현 계획은 빠진 채 기존 정부의 8차 전력수급계획 발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신규 원전 6기를 폐쇄한다 했는데 구체적인 게 없다”면서 “폐쇄할 거면 어느 지역, 어떻게 백지화 할 건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5일 정부의 8차 전력수급계획 발표 이후에도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전기요금 현실화’ 등 실현 계획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울진군범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은 28일 한국전력 남서울지사 사옥 앞에서 '제8차 전력수급계획 공청회' 항의 집회를 열고 전력수급계획의 전면 파기를 요구했다. <사진=이뉴스투데이>

특히 이날 정부측이 원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자 비판이 쏟아졌다. 원전 지역 주민들이 “40년 전엔 정부가 지역주민 의사와 관계없이 발전소를 건설하더니 이제 와서 ‘안전성’ 문제로 원전을 폐쇄한다고 하면 원전만을 바라본 지역주민들은 뭐 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기왕 희생하는 거라면 신재생 에너지에 자리를 조금 내준다는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주민반발이 거세지자 그는 “에너지 정책이 그렇게 한 번에 확 바뀌는 건 아니다”라면서 “이 문제는 결국 국민적 합의의 문제”라고 수습했다.

그러자 원전 해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가 들고 일어났다. 김종혁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공동대표는 “그럼 추후에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냐”면서 “그렇다면 ‘백지화’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식(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하면 둘(원전 건설 찬·반대론자) 모두에게 비판을 받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조 교수는 “큰 배가 갑자기 방향을 틀면 좌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8일 열린 '제8차 전력수급계획 공청회'는 시작부터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한 주민이 공청회 무효를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이뉴스투데이>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우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공청회 참석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하지 않고 조영탁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등 학계 패널들에게 답변을 미뤘다. 결국 참석자들 사이에서 “정부 측에서 답변해야 할 것을 왜 교수들이 답변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최 과장은 공청회 막바지에 가서 “오늘 공청회에서 많은 분들의 얘기 못 듣고 가 죄송하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들 검토해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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