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고용노동부가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들의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보장 방침을 천명하면서 보험사들이 내심 긴장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노동조합 설립 관련 보험 영업조직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보험사에선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것이 저성과 설계사에 대한 퇴출을 합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마저도 낳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인 권리연대 오세중 위원장이 “빠른 시일 내에 보험인 권리연대를 노조로 전환해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 설립이 불가한 설계사들의 경우 보험인 권리연대 조직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오 위원장은 “설계사들의 노조를 만들어서 보험사가 설계사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안정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현행 체제아래에선 지속가능한 보험 모집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설계사들 10명중 6명이 보험일을 시작한지 1년안에 회사를 떠났다.

오 위원장은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을 무작위로 뽑아서 초반엔 지인 영업을 유도한다. 하지만 단물을 다 빨아먹은 후엔 보험사들이 이들을 방치해 설계사들이 사실상 1년 이상 정착하기가 어렵다. 이같은 구조는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추산 현 230만 특수고용직종사자 중 보험설계사 수는 47만9976명에 달한다. 두번째로 많은 비중이다.

특수고용직은 법적 신분이 자영업·개인사업자로 일반 근로자와 구분된다. 하지만 이들도 다른 사람의 사업에 종속돼 일하며 대가를 받고 있는 직종이다.

이들 특수고용직의 경우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탓에 노조 설립이나 단체 교섭 등을 할 수 없다. 사업자의 일방적 계약 해지나 부당한 임금체계 개편 등에도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이같은 차별속에서 드디어 이들이 노동3권을 보장받고 단결권에 따라서 노동조합의 설립도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직들도 사용자 측과 단체교섭을 해서 수당 체계 등 업무 조건 개선을 요구케 됐다. 단체교섭이 결렬시 단체행동권에 따라서 파업도 가능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모든 설계사들이 이같은 환경변화를 반기지는 않는다. 근로자 신분이 인정되면 개인사업자로 있을 때보다 소득세를 더 많이 내야하기 때문이다.

사업자와 근로자의 종합소득세율은 6~42%로 동일하지만 사업자는 필요경비 등을 통해 세금 상당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일부는 필요경비를 과다하게 부풀려서 세액 공제를 받아 왔다.

반면 근로자는 월급에서 공제받는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또 사업자는 사업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도 3.3%를 적용받는다.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이와 함께 저성과자에 대한 퇴출 합리화의 구실이 될수 있다고 우려한다.

설계사의 법적 지위가 근로자로 바뀌는 순간 설계사들은 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연금보험 등 4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이전에 납부치 않았던 설계사들의 4대보험 보험료를 보험사들이 도맡아 납부해야 하는 부담을 떠 안게 된다. 여기에 설계사들의 노조 설립과 단체교섭권 마저 보장되면 이들의 쟁의 활동도 가능해진다. 이 경우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의 수당 인상 요구와 그에 따른 파업 등에 직면케도 된다.

보험사로서는 임금 인상 관련 위험 요인들을 한꺼번에 떠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결국 보험사들은 설계사에 대한 비용 증가 돌파구로 현재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저능률 설계사들에 대한 시장에서의 퇴출 방식을 취하게 된다. 실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만 3만970명으로 전체의 27.9%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권은 현재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도 앞두고 있어 자본 확충 이슈가 고민거리다. 이런 가운데 설계사 한 명당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면 현재 있는 모든 설계사들의 계약 유지도 어렵게 된다. 보험설계사의 권리 성장을 위한 노조 탄생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닌 독이든 성배도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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