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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혼다코리아의 뒤늦은 사과, 그리고 레몬법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27일 자사의 녹 발생 차량을 판매한 것과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문제가 제기된 지 50여일 만이었다. 하지만 이 사과문으로 인해 뿔난 소비자의 마음은 더 허탈했고 화를 더 부추겼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혼다측이 진심어린 사과나 해명보다는, 변명만 늘어놨다는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어떻게든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 소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문제의 혼다 CR-V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달랑 한 장짜리 변명문에 허탈감만 커졌다”며 “이번 사과문은 녹 논란이 터진 직후에 내놨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오는 12일 열리는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번 녹발생 사태와 관련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금속 전문가로서, 혼다코리아 대표로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사과와 대책, 그리고 녹이 발생한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혼다코리아 녹 발생 사태로 일명 ‘레몬법’이라 불리는 ‘자동차 교환·환불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75년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이 공포한 ‘레몬법’은 “오렌지인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보니 오렌지를 닮은 신 레몬이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레몬은 불량품을 뜻한다.

미국의 레몬법은 소비자가 구입한 지 1년 또는 주행거리 1만2000마일 미만인 자동차에 결함이 4번 발생하면 자동차 업체가 전액환불 또는 교환해주도록 했다. 레몬법 도입 당시 자동차 업계는 반발했다. 하지만 고장 없는 차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지난달 28일 한국판 레몬법으로 불리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용을 보면 새 차를 구입한 지 1년(주행거리 2만㎞ 미만) 안에 중대한 결함이 2회,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하거나 총 수리기간이 30일을 초과하면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되자 자동차 업계에선 “소비자 분쟁이 잦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새로 산 자동차에서 녹이 발생하는 허접한 자동차 말고, 소비자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내면 된다. 오렌지 값을 내고 레몬을 산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한 시민단체에선 “현행 제도보다 후퇴했다”고 혹평했다. 소비자법이 아닌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한 제도 도입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까다로운 요건은 실제 교환·환불로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는 게 이유다. 개정안에서는 ‘1년/2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를 요건으로 한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2년/4만km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보다도 후퇴한 것으로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지적대로 ‘주행 중 엔진꺼짐’과 같은 중대한 하자는 단 한번만 발생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레몬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교환·환불 요건을 더 완화해야 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 한국의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꼽히는 ‘중고차 시장’도 포함시킨 것은 고무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는 378만 대로 신차 판매(183만 대)의 두 배에 달했다.

중고차 시장 성장세에 비하면 아직 이 시장은 ‘레몬 마켓’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보증에 대한 보험가입 의무화’가 포함돼 있는데, 사실 이 제도만 정착될 수 있다면 소비자가 속지 않고 중고차를 구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법안이 그렇겠지만 이번 개정안은 특히나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이어서 소비자들이나 관련 사업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지난 수년동안 정부에 건의해 온 내용이 이제야 받아들여졌다”면서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앞으로 중고차시장이 더 투명해지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대형 자동차매매단지에선 대부분 법적기준을 준수하면서 중고차 성능점검을 한후 그 내용에 대해 보증을 해준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성능점검업체가 일체의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 조건으로 형식적으로 성능점검을 하면서 헐값에 성능점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외산차에 대해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조차도 보증을 해 주지 않는 조건으로 기록부를 교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소비자로부터의 클레임 발생시 판매자(매매사원 등)나 점검자 모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나 불만이 해소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성능점검을 하지 않은 채 성능점검기록부를 교부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인근에 성능점검업체가 없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성능점검기록부 자체를 불필요한 요식행위로 간주하면서 억지로 따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보험가입의 의무화다. 성능상태를 점검하는 주체가 모든 점검 내용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험을 가입하도록 함으로써 성능상태 점검의 질을 높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류나 예측 불가능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보험회사가 보상토록 한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정비업체들이다. 주로 중고차단지 인근에서 매매사업자들과 모종의 거래를 맺고 ‘종이장사’를 해온 이들 업체로서 이번 개정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모습으로 또 변신을 하게 될지 지켜 볼일이다.
<산업부장>

이상민 기자  smle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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