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카카오는 우리 국민 누구나 쓰는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생활 곳곳에 녹아드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카카오가 구현한 인공지능을 통해 이용자들이 편의를 누리게 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이같은 기반을 통해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해외에선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진 콘텐츠를 유통,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갈 계획입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0일 저녁,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회사 경영 방식의 변화와 사업 전략, 카카오의 미래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이 회사는 네이버와 함께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만큼 그 규모가 커졌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검색포털 다음을 양대축으로 하는데, 사업 영역을 속속 확장하며 우리 국민 생활 저변을 관통하는 생활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함께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김범수 의장이 전임 이석우 대표에 이어 카카오의 경영을 위임한 임지훈 대표의 역할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았다.

임 대표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전문회사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출신으로, 김 의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다음 출신도, 카카오 출신도 아닌 '외부자'였던 임 대표가 조직을 어떻게 장악하고 추스릴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임 대표는 취임 후 공개석상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두고 "나는 대관형 대표가 아닌 사업 실무형 대표인 만큼 사업 본연에 집중하는 것이 맞고, 나보다 오래 몸담은 구성원들을 두고 홀로 전면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O2O 서비스 등 본인이 대표로 취임한 후 드라이브를 걸었던 사업 성과에 대해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흔쾌히 인정했으나 '국내 플랫폼- 해외 콘텐츠'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을 둔 거대 기업들과의 경쟁과 관련해선 "백마디 말보다 카카오 기반의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권을 선점한 후 다음과 합병했으나 선두 네이버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가 라인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한 반면 카카오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받는다.

임지훈 대표가 성공을 확신하는 투트랙 성장전략으로 카카오가 한계를 벗어나 고공성장 가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눈길을 모은다.

다음은 간담회를 통해 임지훈 대표와 미디어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 취임 직후 최고경영진 간의 원탁회의 형태인 CXO 체제로 회사를 운영해 왔는데, 지난 2년간 카카오 경영체제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어떠한 조직 구조가 바람직한지 정답은 없다. 처음에는 CXO 체제가 맞다고 봤다. 이 회사는 3000명의 크루가 몸담은 거대 조직인데, 나는 (다음 출신도, 카카오 출신도 아닌) 외부에서 온 사람이다.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월요일에 경영진 회의를 하고 다음 주를 기다리겠지만 내 취임 초기에 CXO 멤버들은 한 방에서 하루에 15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카카오는 참 복잡하고 다양한 사업을 하는 곳이다. 전 세계 인터넷 기업 중 사업구조가 우리와 비슷환 곳은 텐센트 외엔 없을 것이다. 게임과 모빌리티 커머스, 메신저플랫폼, 포털, 검색 등 다채로운 사업을 하는 회사의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영 회의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결국 2016년 3월부터 부문별 경영체제를 도입했고 주요 사업 부문이 차례로 분사 수순을 밟았다.

물론, 무조건 조직을 분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독립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경우, 좋은 파트너를 만나 외부에서 새로운 틀을 짜고 협업하는 것이 나을 경우에 분사시킨다. 가장 먼저 분사한 카카오 프렌즈, 알리페이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 카카오 페이가 독립을 통해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 인터넷기업 중 카카오가 네이버, 넥슨과 함께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총수로 등재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자면 내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다.(웃음) 전에도 언급했지만 지금까직 카카오가 성장하며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될 것이 없었고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낄 것이 없다.

▲ 카카오에는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어떻게 이를 극복할 것인지.

- 해외 사업은 로망이고,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그러나 될 만한 것으로 진출해야 한다. 가령 카카오톡을 통한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어렵다. 열심히 해서 특정국가에서 200만명 정도가 이용하는 세컨드 메신저가 되어도 사업적으로 의미가 없다.

포털 다음을 통한 해외 진출도 어렵다. 한국어 기반의 검색 서비스가 구글이 장악한 글로벌 시장에서 활로를 열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인터넷 비즈니스가 강점을 가진 영역, 즉 콘텐츠를 통한 해외 진출이 정답이라 판단했다.

우리 파트너사인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을 북미, 유럽에 서비스하며 성과를 냈듯 게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웹툰, 웹소설 등의 잠재력도 상당하다. 카카오페이지는 중국에서 텐센트와 손잡고 협업한다.  자회사 로엔을 통해 음악사업에서 성과를 극대화하는 모델도 있다.

카카오는 각 부문에서 콘텐츠를 발굴, 유통할 수 있는 접점을 갖고 있다. 파트너사들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우리 전략이다.

▲ 카카오톡이 2012년에 일본과 동남아로 확장을 시도했으나 텐센트-라인-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어렵게 됐다. 내수 시장에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해외에 콘텐츠를 수출하는 형태의 사업으로는 지금 정도의 기업규모에서 드라마틱한 성장은 어렵다는 시각이 있는데.

-국내 중심의 플랫폼사업과 해외 콘텐츠 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생활의 모든 순간에서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만나고, 생활의 편의를 누리게 되는 것은 큰 것이다.

콘텐츠 해외진출을 통한 성장 가능성도 크다.  5년 전, 10년 전엔 콘텐츠의 국경간 이동이 흔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콘텐츠의 '크로스 보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과 뉴욕과 자카르타에서 즐기는 콘텐츠가 점차 비슷해진다.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웹툰, 웹소설과 일부 영상, 게임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다. 나는 대한민국 콘텐츠의 파워를 믿는다.

▲ 취임 후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길린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O2O 사업이 재미를 못 봤다는 것이 중론인데, 이 부분은 임대표의 시행 착오 였다는 평가도 있다.

-시행착오라는 평가에는 동의한다. 카카오 택시로 큰 성과를 얻고 카카오 드라이버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걸 느꼈다.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 대리운전이 아니었다. 해당 시장이 핫이슈가 되고 있었고 우리가 진입하며 대리운전 기사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시장을 키울 거라 확신했었는데,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결국 O2O 서비스를 우리가 직접 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 전략을 수정했다. 이같은 결정이 고통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시행착오지만,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알게 됐고 방향성을 제대로 가다듬게 됐다.

▲ 카카오가 진행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콘트롤 타워는 김범수 의장이 맡고 있는 카카오브레인이 되는지.

-카카오의 인공지능 사업을 리드하는 것은 김병학 부사장이다. 카카오 내부의 AI부문이 AI를 인프라로 한 플랫폼을 구축을 전담한다. 김범수 의장님은 조금 더 원천적인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하고, 논문을 내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에 중점을 둔다.

김병학 부사장과 카카오브레인은 정기적으로 교류하며 상호 학습을 통해 시너지를 낼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김병학 부사장과 김범수 의장을 각각 중심으로 하는 양대축이 형성돼 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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