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現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부교수
現 아주대학교 현장실습지원센터장
現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도발전 전문위원
現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現 산업인력공단 NCS (National Capability Standard) 정보보호 개발 및 심의위원
現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자문위원

컴퓨터를 서로 연결하기 위해 시작된 인터넷 기술은 이제 SNS를 통해 지구촌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있다.

1분동안 2억개의 이메일, 180만개의 페이스북의 좋아요, 200만개의 구글검색이 발생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공유 방식에 있어 혁신적 기술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네트워크 기능가상화(NFV), 클라우드,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기술들은 특정 산업분야에만 적용되고, 광범위한 활용은 아직 미흡하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우버로 시작된 공유경제가 산업지도를 바꾼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공유 데이터’ 시대로 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신기술 중에서 가장 성공하고 있는 분야가 P2P기반의 가상화폐, 특히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2017년 8월 1일 기존의 블록체인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드는 하드포크를 통해, 새로운 비트코인캐시 (BCH)를 탄생시켰다.

즉, 비트코인을 보유자가 보유한 비트코인(BTC)과 동일한 개수의 비트코인캐시(BCH)를 지급받았다. 이는 중앙관리자가 없는 블록체인의 특성에 기인해서, 통화량 관리불능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준다.

최근 비트코인 광풍이 한반도에 불어오면서, 한국의 거래소 빗섬이 세계1위의 가상화폐 거래소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50%가 한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한국인의 신기술에 대한 열정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에서도 코스닥을 넘어섰고, 하루 4조원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KOSPI 시장의 절반을 이미 넘어설 정도로, 가상화폐 시장이 현물시장을 따라잡고 있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2017년 5월 10일, 보스코인 가상화폐공개(ICO)에서는 하루 만에 1200만달러를 유치했고, 국내에서도, 5월에 블록체인OS가 보스코인의 Pre-ICO에서 몇 시간 만에 30억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ICO시장으로 수천억이 몰리고 있고, 현재, 검증수단이 없는 가상화폐의 과대가치평가로 인한 가상화폐공개 버블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ICO 대상 가상화폐에 대한 기술검증이 필요하고, 검증을 위해서는 기술 표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 블록체인이 각광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이용자 간에 투명하게 거래가 공개되고, 체인으로 연결된 블록에 저장된 분산장부의 위변조 방지, 거래체인에 의한 연속성, 비가역성(거래취소불가)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중앙관리자 없이 공유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고, 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어서, 물류에 적용될 경우, 사물의 이동경로에 대한 실시간 추적이 가능지고, 가시성도 향상된다.

국내 최대 SI기업인 삼성SDS는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삼성SDI 전자계약시스템에 적용했고, 향후, 금융과 해운물류을 포함한 계약문서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블록체인을 물류에 적용하면, 중앙관리자 없이, 사용자 스스로 제품 검색 및 식별만 아니라, 이동하는 제품들에 대한 실시간 파악도 가능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025년에 세계 GDP 10% (8조 달러)의 거래가 블록체인에 저장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블록체인은 ‘공유데이터’ 시대에서 고속도로처럼 인프라 역할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사물인터넷(IoT)의 정보 공유뿐 만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의 모든 구성원들의 향후 행동패턴을 예측하는 기반이 될 수 도 있다.

이것이 활성화되면, 블록체인 기반의 신뢰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는, 중앙관리자(예를 들어 금융회사) 없이, 구성원의 행동패턴, 주변 친구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신뢰 네트워크는 신뢰성이 담보된 차세대 네트워크이고, 구성원의 자산변동을 포함한 모든 행위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신용을 중시하는 금융 분야에서 증권 및 자산거래, 환전 및 송금, 가상화폐 등의 금융 서비스들이 블록체인을 응용하는 방안이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 150여개 거래소에서 실제 유통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보스코인 등 500여개의 가상화폐 뿐 만 아니라, 새롭게 출현하는 가상화폐를 평가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가상화폐 거래 절차에 따른 안전성이 보장되는 지 검토되어야 한다.

신원 관리, 공증 및 소유권 증명 등과 같은 범용적 응용기술이 비금융 분야에서도 개발되고 있는데, 분산장부라는 특징을 이용하여,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블록체인 루빅스를 활용하여 감사대상기업의 회계 거래내역에 대한 투명하고, 저비용인 회계감사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 에버레저(Everledger)는 모낙스(Monax)의 블록체인 플랫폼 에리스(Eris)를 기반으로 다이아몬드의 장물 여부를 판정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였다.

공공분야에서도 이미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두바이, 브라질 등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 는 E-Residency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영주권을 발급하고, 개인번호(PIN)로 공공기관, 은행업무, 온라인 인증, 문서 인증 등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두바이 정부는 수출입 물품 추적 효율을 향상을 위해 세관, 무역센터, 무역 관련 회사들에 물류 실시간 정보와 배송 상황 정보를 제공하고 디지털 여권을 포함하여, 2020년 까지 도시 전체가 블록체인으로 운영되는 세계 최초의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블록체인 2.0' 기술의 선구자로 현물자산의 디지털화를 위한 색깔코인(Colored Coin)을 구현한 크로마웨이(ChromaWay)와 함께 스웨덴은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를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통해 싱가포르 달러를 토큰화하는 파일럿을 수행했고, 브라질의 기술 및 사회 연구소 (ITS Rio)는 Mudamos라는 블록체인을 통해, 전자투표를 실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금융, 비금융, 공공 부문에서 활성화되는 다양한 블록체인에 대한 표준화는 4차산업혁명의 중요한 개념인 공유경제를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블록체인 본연의 취지를 잘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표준화는 난립하는 블록체인 간의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밑거름을 제공할 것이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금융업권 별로 분리되어,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국내 금융분야 블록체인 응용현장이 계속 진행된 후, 뒤늦게 통합하고,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데이터 공유를 위한 인프라에 해당하는 블록체인의 효율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발전방향을 예측하고,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R&D를 추진하는 블록체인 로드맵이 필수적이다.

지난 8월 개최된 과기정통부 블록체인 기술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중장기 R&D 추진 전략”이 발표되었지만, 블록체인 로드맵이라고 하기에는 표준기술에 대한 정의와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술요소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이대로 경쟁한다면, 난립하고 있는 모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블록체인 간의 표준화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표준 규격인 위피(WIPI)는 표준화가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WIPI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효율화를 목적으로 2001년부터 국책사업으로 개발되어, 2005년 모든 단말기에 의무 탑재되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2009년 4월부터 위피의무탑재제가 폐지되었고, 한국의 통신사들은 표준을 따라잡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플랫폼은 사실 우수했지만, 국가주도로 추진된 WIPI 성공보다는 각 사의 이윤에 민감했던 이동통신사, WIPI보급화 의지가 약한 단말개발사, WIPI 개선에 소극적인 표준화단체들의 무관심에 기인했다.

기술 표준화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기술 생태계에 소속된 구성원들의 의지와 실행력이다. 블록체인에서 과거 WIPI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이 중심이 되고, 수요자 중심으로 블록체인 표준화와 검증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표준화를 통해서 각 블록체인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때, 블록체인 생태계가 스스로 구축되고,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 표준화와 로드맵을 통하여,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 블록체인 서비스 제공자, 일반 고객 측면에서 상호협력할 수 있는, 가상화폐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에 걸맞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시급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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