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림 한국HR진단평가센터 대표

“정부의 공공서비스 중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은 분야로 진출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반드시 있을 겁니다.”

수년 전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이런 조언을 해준 컨설턴트가 있었다. 되새겨보니 ‘왜 부동산 가격은 늘 널뛰기를 하는지’, ‘사교육시장은 왜 불황을 모르는지’ 이해가 됐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정부의 추진의지가 읽혀지기 무섭게, 각종 취준생 수험서에는 ‘블라인드 채용 대비’란 장식이 나붙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개구리뒷다리’를 반복해서 외치게하는 면접학원도 있다고 한다. 그래야 블라인드 면접에서 결정타가 될 웃는 인상이 만들어진다는 얘기일 터이다. 돈이 되는 방향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시장을 탓할 수는 없다. 질 떨어지는 선수들의 장난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려면 정부 정책이 치밀함을 더해야 한다.

앞 글(블라인드 채용의 핵심, ‘가리면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에서 언급 한 것처럼 블라인드 채용은 뭔가를 감추는데 핵심이 있지 않다. 방해가 됐던 것을 감춤으로써 정작 보지 못했던 요소가 적극적으로 드러나도록 하고, 그것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취준생들은 내일도 어딘가 모여서 ‘개구리뒷다리’를 연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실력을 평가하여…’라고 할 때 실력은 아마도 ‘직무능력’을 의미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래서 블라인드 채용의 세부지침은 NCS를 기준으로 삼자는 쪽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NCS는 특정한 일을 잘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을 국가표준으로 정해놓은 것이니, 그렇게 지침을 만드는 것에 토달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막상 현실화되면 ‘화물트럭에 승용차 타이어를 단 것’처럼 잘 굴러갈지 걱정이다. NCS는 애당초 채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 아니다. 공기업 지원자의 상당수가 NCS와는 무관한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취준생들은 입사지원서에 직무교육 혹은 직무경험을 한 줄 집어넣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것이 뻔하다. 스펙 경쟁이나 직무경험 경쟁이나 별반 다를 것 같지도 않다. 변죽만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박재림㈜한국HR진단평가센터(http://biz.hrdna.co.kr)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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