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해운조합의 이사장 직이 공석이 된 지 8개월째 들어서고 있다.

11일 해운업계과 관련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이기범 이사장이 돌연 사퇴하는 등 연안해운업계 대표 단체인 해운조합 이사장 자리는 그 동안 바람 잘 날 없었다. 

세월호 사태를 거치며 해수부 차관, 1급 출신이 '거쳐 가는 자리'라는 공식도 깨졌고, 업무추진비 횡령혐의 및 선박 안전 운항 관리 부실로 이사장이 구속되는 사태도 겪었다. 

정계 출신 후보자가 '정피아 논란'에 휩싸여 낙마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해운업계에서는 "도덕성, 전문성 그리고 정책 조정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차기 해운조합 이사장에 인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양수산부 한 관계자는 "해운조합 이사장직을 더 이상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말은 계속 나온다"면서도 "정부, 업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해운조합의 업무는 조합원인 연안 해운사들의 회원 관리와 선박 안전관리 감독, 그리고 공제사업 등에 걸쳐져 있었다. 

선박 안전관리감독의 경우 안전본부를 통해 수행돼 왔으나, 2014년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방만한 업무와 관련된 지적을 받으며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관련 업무가 이관 됐다. 

이후 해운조합은 일반적인 조직 관리 및 해운정책 지원 업무(경영본부) 선원, 선체, 여객 등의 공제사업 및 해상조합보험 사업(사업본부)을 도맡아 왔다. 

이 외에 선박 급유사업 및 터미널 관리, 전환교통보조금 지원 등을 맡기도 했다. 문제는 해운조합의 업무 중심이 사실상 금융 사업인 해상보험업무에 쏠려 왔다는 점이다. 

해운조합은 1998년부터 선주배상책임공제(P&A) 사업을 해 왔으며 2008년부터 KSA 해상조합보험이라는 상품을 내 놓으며 사실상 '금감원 밖에 있는 중견급 보험사' 노릇을 해 왔다. 

연안 해운사들에게서 보험을 따 와서 재보험사에 위탁하거나 금액이 큰 경우 메리츠화재 등과 같은 민간 손해보험사와 보험을 따내기도 했다. 

2000년 해운조합 공제사업 수입은 140억원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2014년에는 820억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이를 두고 금융분야 전문가들은 "민간 보험사들은 금감원으로부터 그림자 금융규제까지 받으며 업무를 하는데 해운조합은 법역(法域) 밖에 있어 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해운조합이 지금껏 업계의 발전을 위한 정책 건의나 공론화 요소가 부족했다는 비판으로 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자 정우택 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오인수 씨를 이사장 후보로 선출해 '정관계와의 네트워킹 강화'를 시도했으나 해양수산부가 제동을 걸어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소 해운사들이 대거 가입해 있는 해운조합인 만큼 이번 이사장 선출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에서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정책 조정 능력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선급 한 관계자는 "연안해운에 대한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운조합 내부적으로도 정책 건의를 할 수 있는 연구 조사 기능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항만공사 사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해운조합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타 산업 협회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해운정책 연구조사 기능, 미래 해양 신산업 분석 등의 컨설팅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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