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원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트위터리안이 사망보험에 대해 쓴 트윗이 눈길을 끌었다.

글쓴이의 아내는 첫째 아이를 위해 보험을 들려고 보험 설계사와 상담을 했다고 한다. 상담 중 "아이들은 왜 사망보험이 없냐"고 물어봤는데 설계사의 답변이 충격적이었다. "부모가 (보험금을 타내려고) 아이를 죽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라는 답변이었다.

설계사의 설명대로 현재 국내에는 15세 미만이 보상받을 수 있는 '어린이 사망 보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법 제732조 "15세 미만의 어린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은 지난 2009년 4월, 생계형 보험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생겨났다. 경기침체로 생계형 보험범죄가 빈발하자 금감원이 관련 법률 적용을 강화한 것이다. 본인이 스스로 보험 가입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어린아이들의 경우 돈을 노린 부모에 의해 '보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례로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사건이 있다.

20년 전인 1998년 마산의 한 주택가에서 강도가 10살 아이의 손가락을 자르고 도망갔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용의자는 10대 후반의 고등학생 2명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최종 수사 결과 이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아버지 강 씨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와 이혼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네가 손가락을 자르면 엄마와 함께 살 수 있다"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용했다고 자백했다.

사건 13년이 지난 2011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은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아버지와 아들을 인터뷰 했는데 23살이 된 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키워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이 사건은 아동들이 보험 범죄에 얼마나 취약하게 노출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모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아이들로서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이런 범죄를 방지하고자 15세 미만 아이에게는 사망보험을 들지 못하도록 정해놓은 것이다.

문제는 이 규정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들도 충분한 보상을 못 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령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아동이 해외여행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경우 등이다. 작년에도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던 6살 아동이 호텔 수영장에서 사고로 숨졌지만, 아동이 가입한 여행자 보험상품의 약관상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물론 아동을 이용한 보험사기는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합당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 또한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현재 국회 및 업계에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합당한 보험금 수령'과 '보험 악용 방지'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험 적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어린이 보호를 위한 보험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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