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호영 기자] "이육사의 광야는 식민기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제가 처음으로 만난 시였습니다"

7일 오후 고은(83) 시인은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명사초청 특강' 첫번째 시간 "이육사의 '광야'의 시 세계를 접하곤 좌절했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도 교과서에서 배웠을 것"이라며 "여러분보다 제가 먼저, 처음 그렇게 '광야'를 만났다"고 했다. 고은 시인은 광야의 한 구절씩 직접 들려주고 설명하며 당시 느낀 자신의 감정과 삶의 변화를 풀어놨다. 

아는 공간이라고는 방과 마당, 고작해야 마을이 전부였던 어린 시골 소년이 감당하기에 '광야'라는 시가 말하는 공간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너무 큰 것이었다. 

시간마저도 닭도 채 존재하지 않을 만큼 태초의 시간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백마 탄 초인까지 시의 '대공간과 대시간, 대인간'에 압도 당한 고은은 "최초 만난 시로 인해 저는 절망했고 후퇴했다"며 "이후 시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리곤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한센병 환자의 시를 접한 후 다시 시를 시작하게 됐고 그림과 시 사이에서 방황할 즈음 한국전쟁이 터졌다"며 "이후 시를 지으며 이 자리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처음 만난 시를 소개하기에 앞서 고은 시인은 "식민기 태어난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죽음이 너무 흔하고 배고픔에 시달리던 가난한 시대를 보냈다"며 "그림과 시를 꿈꿀 수 없던 시기였다"고 했다. 

그는 "그 시대는 밤에만 우리 말을 몰래 할 수 있었다. 그런 시대였다"고 했다. 고은 시인은 우리 말을 말살하려던 일제 치하를 되새기며 국어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는 "'바람'을 말하면 '바람' 소리가 들리고 '파도'를 쓰면 '파도' 소리가 들리고 '사랑'을 말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는 데 크게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시대 태어난 저와 여러분은 다르다. 여기 이처럼 가득한 책을 감탄하며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한 권을 집어들고 부디 두 눈이 살아 있을 때 읽고, 작가가 이뤄놓은 세계를 가슴으로 맞이해 살아 숨쉬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앞서 특강을 시작하며 고은 시인은 "여러분 반갑다. 기쁠 때 기쁨을 표현하고 슬플 때 슬픔을 표현하며 반가울 때 반가워 할 수 있는 우리 삶이 인공지능의 시대 더욱 의미가 크다"며 "그러므로 다시 한번 우리 만남을 서로 반가워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고은 시인은 강의 중간 중간 '바람이 불면', '어느 전기', '부탁' 시 세편을 낭송해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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