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반떼 <사진캡처=네이버자동차>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정부가 액화석유가스(LPG)를 원료로 하는 자동차의 구매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은 5인승 다목적 차량(RV)과 배기량 1600㏄ 소형 승용차에 한해 일반인 구입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이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현대자동차 아반떼는 남몰래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정유ㆍ가스업계는 지난 3월 'LPG 연료 사용제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그간 3차례 회의를 거쳐왔다.

TF는 ▲5인승 RV만 허용 ▲5인승 RV와 1600㏄ 미만 소형 승용차까지 허용 ▲5인승 RV와 2000㏄ 미만 중형 승용차까지 허용 ▲전면 허용 등 네 가지 안을 두고 논의를 벌여왔다.

특히 5인승 RV와 1600㏄ 미만 소형 승용차까지 일반인의 구매를 허용하는 방안이 낙점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TF는 올 상반기 안으로 LPG 규제 완화 방안을 확정짓기 위해 이번주 마지막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함께 TF 관계자들이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 등을 논의하러 미국으로 향하면서 회의는 다음달 초로 미뤄졌다.

현재 국산차 중 LPG 차량은 총 16종으로, 경차는 ▲기아차 모닝 ▲기아차 레이 ▲한국지엠 다마스 ▲한국지엠 라보 4개 모델이다. 준중형차는 ▲아반떼가 유일하고, 중형차는 ▲쏘나타 ▲K5 ▲SM5 ▲SM6 4개 차종이다. 준대형은 ▲K7 ▲그랜저 ▲SM7, RVㆍ상용차는 ▲올란도 ▲카렌스 ▲스타렉스 ▲봉고3다.

이 가운데 5인승 RV는 단 한개도 없고 1600cc 미만 소형 승용차 요건을 충족시키는 모델도 현대차의 아반떼(1599cc) 뿐이다.

당장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아반떼' 한 가지 밖에 없게 된다.

자동차 업체들이 부랴부랴 1600cc 미만 소형 승형차의 LPG 모델을 출시한다 하더라도 2년 가량의 기간 소요되는 만큼, 신차 출시 전까지는 아반떼가 LPG 규제 완화의 덕을 볼 확률이 높다. 또 업체들이 LPG 엔진을 탑재한 신차를 반드시 출시할 것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어 아반떼의 'LPG 시장 독주'가 가능해 보인다.

이미 연간 내수 10만대 판매에 육박하는 아반떼에 'LPG 규제 완화'라는 화력까지 더해진다면 '자동차 10만대 클럽' 재가입은 물론, 국산차 시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1등 모델이 될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LPG 가격은 ℓ당 802원으로, ℓ당 1444원인 휘발유와 ℓ당 1234원인 경유(디젤)보다 저렴하다.

아반떼 LPG 모델의 연비는 ℓ당 10.6㎞다. 연간 주행거리를 1만km로 설정하면 유류비는 75만6526원이다.

아반떼 휘발유 모델의 연비는 ℓ당 13.7㎞로, 동일한 조건일 때 유류비는 105만3975원이다. LPG보다 약 30만원 가량 더 든다.

경유 모델의 연비는 ℓ당 18.4㎞, 유류비는 67만555원으로, LPG보다 8만5000원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최근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규제가 강화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친환경차량인 LPG 선도호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LPG 규제 완화가 LPG 시장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1600cc 미만 소형차까지 LPG 구매 규제를 풀어주더라도, 아반떼의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기아차의 모닝을 꼽을 수 있다. 기아차는 지난 4월 국내 경차 시장 유일의 LPG 모델인 '올 뉴 모닝 LPI'를 출시한 바 있다. 당시 구매 대상에 제약이 없고 유지비 측면에서 높은 경제성을 확보해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회사 관계자 역시 "경차인 모닝의 경우 LPG 모델을 운영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LPG 규제 완화로 소비가 많아지면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지금의 저렴한 LPG 값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LPG 규제 완화 효과를 위해서는 수요가 가장 많은 쏘나타와 K5M SM6 등 2000cc 미만 중형차로 허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행법상 LPG 차량은 택시ㆍ렌터카 등 사업자와 장애인ㆍ국가유공자에 한해 구매할 수 있다. 일반인은 신차 기준 7인승 이상 RV와 배기량 1000㏄ 미만 경차만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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