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리니지 브라더스' 들이 정부의 심의 리스크를 탈피해 '완전체 서비스'에 돌입하며 정면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거래소 콘텐츠를 포함한 버전의 이용자 연령등급분류 심사를 완료했고 엔씨는 '리니지M'의 거래소 버전을 18세 이용가로 등급분류 신청을 제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를 빠른 시간 내에 승인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27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빠르면 금주 중 '리니지M'의 이용자 연령등급분류를 위한 사후심의를 마치고 관련한 결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후에서야 이 게임이 이용자들간의 아이템 매매를 게임 내에서 주선하는 '거래소' 기능과 이용자간 아이템 전달 기능을 우선 차단하고 12세 이용가 버전으로 출시할 방침임을 확정, 공지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원전격인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게임 아이템은 아이템베이 등 오픈마켓에서 활발히 거래되며 그 자산가치를 인정받는다. '리니지'의 게임 머니 '아데나'는 게임 팬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처럼 가치를 인정받는 가상화폐이기도 하다.

 

엔씨는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장터인 거래소를 만들 것임을 공언해 왔다. 이용자들에게 게임 시스템을 통해 직접 아이템을 팔아 수익을 챙기고,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이용자들간의 거래에 거래세를 매겨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은 이용자들간의 거래에도 양도소득세를 매긴다는 구상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도 게임 내 거래소의 존재는 자신들이 습득한 게임 내 희귀 자산이 현실에서 금전적 가치를 인정받는 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왕 게임 내에서 습득한 재화가 거래된다면 원저작권자가 만든 장터에서 하는 것이 보다 '깔끔'하다는 인식도 있다.

이 게임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접근한 이용자들도 적지 않아, 거래소의 존재 여부와 이용자간 아이템 전달 가능 여부는 게임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엔씨와 같은 대형기업이 출시 하루 전에서야 이같은 핵심 콘텐츠의 포함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이용자들도 갑작스럽게 거래소 콘텐츠를 우선 제외하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모바일게임은 정부 기관이 아닌 앱 마켓 사업자가 자체 등급분류를 진행한다. 애플과 구글이 '리니지M'의 이용자 연령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 자체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들이 해당 연령대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 등급을 재조정한다.

엔씨소프트는 12세 이용가 등급을 유지하고 거래소 기능을 포함한 채 서비스를 시작한 후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를 받아 거래소 기능을 존속시키는 형태를 원했고, 이같은 기조는 정식 서비스 돌입 직전까지 이어졌다.

넷마블도 '리니지2 레볼루션'의 거래소 기능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됐으나 즉각 거래소 기능을 삭제하거나 이용연령등급을 18세 이용가로 전환하지 않고 상당기간 유지했던 만큼 엔씨에게도 이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형평에 맞다는 것이 엔씨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구글이 "거래소 기능이 한국에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받은 만큼 이를 포함한 채 12세 이용가 등급을 줄 수 없으니 18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결국 엔씨가 거래소 기능을 우선 삭제한 후 애플과 구글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엔씨 관계자는 "우리가 거래소 기능을 포함시키겠다고 공언한 것은 지난 5월 16일 간담회를 통해서 였는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거래소 콘텐츠를 포함한 게임은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에 해당한다고 공식 문서를 통해 공지한 시점은 5월 19일 이었다"고 설명한 후 "이 게임에 관심을 갖고 사전예약에 참여한 모든 연령대의 이용자들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 18세 이용가 버전으로 정부에 심의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니지M' 이용자들은 서비스 첫날 24시간 동안 107억원의 매출을 엔씨와 구글, 애플에 안겨줬다. 엔씨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 이용자들의 게임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는 물론 아이템베이 등 외부 오픈마켓에서도 거래하지 못하고 개별 이용자에게 귀속되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이같은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엔씨가 처음부터 '속편하게'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고 거래소 기능을 도입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애플의 서비스 정책 때문이다. 애플은 청소년이용불가(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은 아예 앱마켓에 등재시키질 않는다.

거래소 기능을 담아 12세 이용가 등급으로 서비스한 후, 게임 내에서 거래소를 이용하려는 개별 게이머들에게 연령대 확인 인증을 받는 방법도 있으나 이 또한 애플이 "우리는 이용자들의 연령대 등 신상 정보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담을 수 없다"며 거부한다.

넷마블과 엔씨의 '리니지 브라더스' 들이 심의 이슈로 홍역을 앓은 것은 정부가 일괄 관리하던 심의 체계의 일부가 민간에 분산된 상황에서 빚어진 혼선과 시행착오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애플-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들이 누리는 우월적 지위(혹은 갑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넷마블은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이용연령등급을 15세 이용가로 판정받았다. 기존 거래소 시스템이 유료 화폐인 블루다이아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게 한 것인 반면 심의를 받은 새로운 거래소 시스템은 게임플레이를 통해 얻을수 있는 그린다이아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게 했다.

엔씨는 18세 이용가 등급을 희망해 심의절차를 밟고 있다. 넷마블에게 심의를 내주면서 거래소 콘텐츠 자체가 제도권 게임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것임을 인정한 만큼 엔씨에게 심의를 내주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게임업계의 한 종사자는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해 모바일 게임에도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했던 만큼 이번 심의 파문은 한 번은 거쳐야 할 사안이었다"고 평가한 후 "'리니지' 라는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주는 인식과 통념, 이 게임의 모바일 리메이크 버전들이 사전공개됐을 때 이용자들에게 주어진 사전 정보를 감안하면 이용자들이 기대한 온전한 형태의 서비스가 속히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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