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넷마블과 엔씨가 각각 이 게임을 소재로 한 모바일 MMORPG 장르의 게임을 개발 중이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넷마블과 엔씨가 빠르면 연말 경 '블레이드앤소울'의 모바일 버전을 각각 출시하며 IP(지식재산권) 경쟁 3라운드에 돌입한다.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리니지2 레볼루션'이 맞붙었던 1라운드 경쟁에선 넷마블이 완승했으나 '리니지2 레볼루션' 수익금 중 일부를 엔씨가 할애받으며 양측이 동반수혜를 입는 윈-윈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6월 21일 엔씨의 '리니지M'이 출시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아성에 도전하며 2차 격돌에 나서면  양사는 '제로섬 경쟁'에 돌입한다. '블레이드앤소울'을 통한 3라운드 경쟁도 제로섬 경쟁의 연장선상에 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사는 2015년 지분 맞교환을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나 2년여만에 모바일 게임 시장을 두고 다투는 '숙명의 라이벌'로 관계가 재설정되고 있다. 예상보다 엔씨가 모바일 플랫폼에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는데다, 업계 1위 넥슨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넷마블-엔씨의 대립구도가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과 엔씨가 각각 개발중인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넷마블이 제작중인 버전은 엔씨의 원작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을 모바일 플랫폼에 이식하는데 초점을 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엔씨가 제작중인 버전은 '블레이드앤소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구성한 속편 성격의 게임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레이드앤소울'은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과 김형태 전 엔씨소프트 아트디렉터가 개발을 주도한 무협 장르의 PC 온라인 MMORPG다. 동양적 세계관을 담았고 엔씨의 기존 MMORPG 주력작들에 비해 액션성을 보다 더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2012년 출시 직후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후 트래픽과 매출이 다소 감소, 전작 '아이온'에 비해 그 성과가 못하다는 평을 얻었으나 2016년 들어 북미 등으로 해외 서비스를 확장하며 좋은 성과를 냈다.

2016년 중 '블레이드앤소울'은 1823억원의 매출을 기록, 엔씨 게임 중 '리니지'(3755억 원) 다음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게임이 됐다. '블소'의 지난해 매출은 '리니지2'(771억 원)와 '아이온' (717억 원)의 매출을 합산한 것과 대등한 규모다.

넷마블이 제작중인 '블소 MMORPG'는 넷마블의 관계사 체리벅스가 개발중이다. 체리벅스는 위메이드에서 MMOPRG ‘이카루스' 제작에 참여했던 정철호 대표, 장현진 이사, 강민수 이사 등을 주축으로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체리벅스는 지난 2014년 2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5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넷마블이 지난 2015년 중 이 회사의 지분 49.65%를 14억원에 취득,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엔씨는 '블레이드앤소울'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일찌감치 나선 바 있다. '블레이드앤소울'을 모바일 TCG 장르로 제작해 텐센트를 통해 지난해 3월 '전투파검령(战斗吧剑灵)'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서비스 한 바 있다.

'전투파검령'은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했으나 장기흥행에는 실패했다. 엔씨소프트 윤재수 CFO는 "TCG 장르 버전을 단순히 국내용으로 현지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게임 수준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그 출시 시점을 못박긴 어렵다"고 설명한 후 "MMORPG 버전은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가 연내 선보일 MMORPG 장르의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은 넷마블이 만들고 있는 동일 브랜드의 게임과 장르적 특성이 일치하고 출시 시기도 비슷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은 넷마블과 엔씨가 IP를 공유하며 경쟁하는 마지막 타이틀이 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경쟁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고 평가했다.

넷마블이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의 IP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것은 엔씨소프트와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엔씨 측의 백기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는 상황이지만 '협력' 쪽에 무게추가 쏠렸다.

그러나 넷마블이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글로벌 탑 배급사로 도약하며 '리니지' 시리즈 IP의 가치가 부각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엔씨가 절치부심하며 개발한 '리니지M'이 사전예약 단계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능가하는 관심을 모으자 분위기 또한 반전되고 있다. 점차 '경쟁' 쪽에 더 무게가 쏠리는 양상이다.

이 관계자는 "엔씨 입장에선 '리니지M'을 통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게임이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하면 넷마블에 IP를 내어주고 수익금을 분배받는 협력구도를 이어갈 필요가 없어진다"며 "'리니지M'의 흥행규모,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의 경쟁 양상은 내년 이후 양사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정립되는지, 나아가 모바일 게임 전체 시장 경쟁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는 "넷마블과 엔씨의 최초 협력체제 구축 당시의 합의를 돌이켜보면 넷마블이 활용할 수 있는 IP 협력 쿼터가 더 남아있을 것"이라며 "넷마블이 만든 '블소 MMORPG'의 수익금 중 일부를 엔씨가 할애받는 만큼 3라운드 경쟁은 제로섬 경쟁의 성격만 있는 것은 아니며, 향후 협력을 이어갈 여지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스톤에이지' 등 모바일 게임 흥행작을 기반으로 한 MMORPG 장르 후속작을 개발하며 자체 IP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IP를 빌리지 않아도 자력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는 브랜드 파워를 갖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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