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소형 SUV 코나 티저 이미지(왼쪽), 기아차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스팅어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글로벌 경기 침체, 세타2엔진 리콜 등 전방위적 악재 속에서 부진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 전략적 신차 출시와 새로운 시장에서의 수요 발굴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실적 만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시점을 가늠할 수 없고 국토교통부가 세타2엔진 외 5건의 추가 결함에 대한 강제리콜을 명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27일 기아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38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0% 가량 급감한 수치다. 매출액은 12조8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26.7% 감소한 7673억원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9.0% 감소한 765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시장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수요 둔화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어든 12만867대 판매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니로의 신차 효과에도 불구, 볼륨 모델 노후화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전체 판매가 12.7% 감소했다. 중국 역시 구매세 지원 축소와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35.6% 축소됐다.

현대차의 성적표는 기아차보다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전날 실적발표회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50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할 때 6.8% 줄어든 수치다. 반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3조3660억원을 달성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조457억원으로 20.5% 후퇴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출시한 신형 그랜저와 지난 3월 내놓은 쏘나타 뉴라이즈의 판매호조로, 전년 동기보다 미약하게나마 판매를 늘려 16만1657대의 실적을 올렸다.

해외시장의 경우, 러시아와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는 판매가 증가했지만 아시아중동 지역 등 일부 신흥시장의 수요 회복 지연과 중국시장 판매 감소 여파로 전체적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하락한 92만7943대로 집계됐다.

특히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중국시장은 사드 보복의 여파로 19만6000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판매한 22만9000대보다 14.4% 줄어든 수치다. 직전분기와 비교할 때는 무려 46.0%나 급감했다.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리콜 충당금이 판매보증비용에 포함된 점도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끼쳤다.

앞선 이달 초 현대기아차는 시동꺼짐 등의 결함이 발견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 대한 대규모 리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리콜 대상은 그랜저(HG)·쏘나타(YF)·K7(VG)·K5(TF)·스포티지(SL) 5개 차종 총 17만1348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리콜 비용으로 각각 2000억원, 1600억원을 결정했고 해당 비용은 영업이익에 포함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

만약 리콜 비용이 없었다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4508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조3424억원보다 오히려 8% 가량 증가한 규모다. 기아차의 경우, 리콜 비용 1600억원을 포함하지 않으면 1분기 영업이익은 5428억원이 된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6336억원보다 부진한 실적이지만, 영업이익 낙폭은 40%에서 14%로 줄어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올 2분기에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차급의 신차를 출시하고 주요 신흥시장에서의 실적을 개선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현대차는 오는 6월 국내시장에 소형 SUV인 코나를 출시하고 연내 안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번째 모델인 G70를 출격시킨다.

중국시장에는 전략형 신차 3차종과 쏘나타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이고 첫 전기차(위에둥)를 투입해 판매회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럽시장과 아시아중동시장에는 현지 전략형 소형 SUV를, 러시아시장에는 인기 소형 SUV 크레타의 신규 트림을 추가해 호실적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시장에는 상반기 안으로 쏘나타 뉴라이즈를 출시하게 된다.

기아차는 다음달 선보일 예정인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의 초기 신차 효과를 극대화해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스팅어를 미국과 유럽에도 출격시킨다.

아울러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중국 전략형 소형 SUV 'K2 크로스'를 상반기 내에 선보인다. 특히 하반기에는 소형 SUV급 신차 및 쏘렌토 상품성개선 모델, 중국 소형 승용차 페가스 등을 잇달아 출시해 고수익 RV 차종의 생산·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한다. 기아차는 자동차 고성장 국가인 인도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공장을 건설한다. 약 11억달러를 투자해 인도 현지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이 공장에서는 현지 전략형 소형 승용차와 SUV를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만회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사드 배치를 두고 급격히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가 언제 회복될지 예상할 수 없고 중국 소비자들의 반한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시장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구매세 지원 축소와 딜러 분쟁, 사드배치에 따른 한중관계 악화가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드 관련 정치적 이슈는 개별기업이 통제할 수 없어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1분기 실적의 경우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 된 3월 한 달간의 판매량만 영향을 끼쳤던 만큼, 2분기에는 그 여파가 더욱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토부와의 신경전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국토부는 26일 "현대기아차에 5건의 차량 결함에 대한 리콜을 권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청문회를 개최한 뒤 결과에 따라 강제리콜 명령 등 후속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경고의 메세지를 날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내부제보자가 신고한 차량결함에 대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기술조사와 2차례의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를 개최했고 안전 운전에 지장을 주는 5건의 차량결함에 대해 시정할 것을 회사 측에 권고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자발적 리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부의 리콜 요구를 자동차 업체가 거부하고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국토부가 지적한 5건의 내용은 ▲진공파이프 손상(아반떼 등 3개 차종) ▲허브너트 풀림(모하비) ▲캐니스터 결함(2011년 생산된 제네시스·에쿠스) ▲R엔진 연료호스 손상(쏘렌토·카니발·싼타페)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불량(LF쏘나타·쏘나타하이브리드·제네시스) 등이다.

국토부는 내달 8일 청문회를 열고 강제 리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리콜이 결정된다면 후폭풍은 더욱 거셀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자발적 리콜을 거부한 5건의 조사 대상 차량은 총 20만대 이상이다. 세타2엔진 리콜 대상 차량인 17만대를 훌쩍 넘어서는 만큼, 업계의 관측은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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