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에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포기를 통지했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잇따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더블스타는 상생을 통해 금호타이어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전망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호그룹 재건'을 꿈꿔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최근 "산업은행이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며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했다.

더블스타의 매각에는 가속도가 붙었지만, 과거 '쌍용차 사태'라는 전례가 있는 만큼 고용안정 미보장과 기술력 먹튀, 불확실한 생존 여부 등 우려가 상당하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에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포기를 통지했다.

더블스타와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기일인 오는 9월 23일까지 5개월간 ▲상표권 사용 ▲방산부문 분리 ▲차입금 만기 연장 등 세부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지지부진하던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속력이 붙자, 매각 이후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의 미래에 대해 여러가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다.

우선적으로 예상되는 결과는 고용승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대규모 실직사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뒤에도 독립경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임직원의 고용승계를 추진하고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산은과 더블스타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에는 임직원 고용승계 조항이 적시돼 있다.

하지만 고용이 보장되는 정확한 기간은 명시돼 있지 않아 더블스타의 고용 의지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사례만 살펴봐도, 더블스타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 상하이차는 쌍용차 매각을 앞두고 "기존 경영진과 임직원을 유임시키고 전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쌍용차의 핵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술력만 빼돌린 뒤,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해 직원 2646명을 구조조정하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또한 지역 인재 채용과 관련된 조항은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력만 빼앗기는 '먹튀(먹고튀기)'를 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현재 국내 타이어업계 2위, 글로벌업계 14위 업체(점유율 기준)의 금호타이어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보유 특허 수는 지난해 기준 874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되는 특허수만 해도 50건이 넘는다.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업체로는 유일하게 항공기 타이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F-16, T-50 등 전투기에 타이어를 군납한다. 군용 트럭에도 타이어를 납품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는 국가 안보에 필요한 군수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로도 지정돼 있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중국 시장에서조차 영향력이 미비한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금호타이어를 두고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국 공장 생산 및 경영 정상화 ▲R&D 투자 강화 ▲원자재 공급처 통합·확대 통한 시너지 효과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 등 4가지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리라 보장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상하이차 역시 쌍용차의 발전을 위해 ▲중·장기 계획에 따른 국내 생산설비·판매·AS·부품망 유지 확장 ▲1조2000억원 규모의 R&D 투자 ▲연간 33만대 생산 등 거창한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상하이차는 3000억원의 개발 비용이 투자됐던 쌍용차 SUV 카이런의 기술을 헐값인 280억원에 넘겨받는 등 '기술력 유출'에 사활을 걸었다. 상하이차가 대주주로 있는 기간 동안 신차 출시는 물론, 개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쌍용차는 곧장 내리막길을 걸었다.

쌍용차의 기술력을 모두 뽑아간 상하이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다. 20여년이 넘는 기간 합작 생산만 도맡던 업체에서 벗어나 2007년 카이런을 꼭 닮은 독자 브랜드인 '로위(Roewe)'를 출범시키고 승승장구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블스타 입장에서 금호타이어 인수는 다시 안 올 기회"라며 "중국업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수한 업체의 기술력만 빼내고 버리는 행태가 종종 있었다. 더블스타 역시 겉으로는 상생과 시너지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어떤 흑심을 품고 있는 지 예측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금호타이어의 브랜드 밸류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만큼, 가치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후 20년 동안 금호 상표권을 사용하는 방안을 요구 중이다. 시장 영향력은 물론,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금호타이어의 브랜드 밸류를 이용해서 기업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더블스타와 채권단과의 매각 세부조항 협상에 있어 상표권 사용 여부는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상표 허가 권한은 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는 금호산업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의 품에 안기더라도, 브랜드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시기가 오면 금호타이어는 또다시 M&A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 속에서도, 산은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에 매각하는 과정을 두고 여러가지 부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인도업체가 최종 인수자로 뽑혔어도 이런 이야기들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더블스타와의 협상에서 상표권 말고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며 "방산산업의 경우도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우려되는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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