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길이 막힌 중국 대신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일본으로 기수를 돌리고 있다.

중·단거리 위주로 운영하는 LCC 특성상, 일본행 노선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중국행 6개 정기 노선 가운데 현재 청주공항에서 옌지(연길)로 향하는 1개 노선만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항공편만을 마련해 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노선을 감편하는 동시에, 남는 기재를 일본으로 돌리고 있다.

우선 이스타항공은 ▲인천~도쿄(나리타) ▲인천~오사카(간사이) ▲인천~삿포로 노선을 일시 증편하거나 신규 취항한다. 오는 6월까지 도쿄행 노선의 경우 90편(왕복) 증편 운항을, 오사카행은 12편(왕복) 운항한다.

이에 더해 회사는 5월 한 달간 도쿄와 오사카행 노선을 추가 증편할 계획이다. 또 7월부터 인천~삿포로(신치토세) 노선 정기편을 취항하고 주 7회 매일 운항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는 중국 본토로 향하는 노선을 줄였다. 진에어는 현재 제주~푸동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기존 제주~상하이(상해) 노선은 기존 주 7회에서 주 4회로 감편됐고 기존 주 2회로 운항하던 제주~시안(서안) 노선은 운휴 중이다.

반면 일본 노선은 증편했다. 진에어는 부산~기타큐수 노선을 주 2회에서 주 5회로, 인천~후쿠오카 노선은 주 21회에서 28회로 확대했다. 다음달 8일부터는 인천~키타큐수 노선을 주 7회에서 14회로 늘린다. 이와 함께 이달 27일부터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은 부산 출발의 '장자제(장가계)·칭다오·시안(서안)·옌지(연길)·싼야(하이난)' 등 중국행 5개 노선을 운영 중이지만, ▲부산~싼야 ▲부산~시안 노선을 각각 기존 주 4회에서 2회로 줄였다. 대구에서 중국 본토로 향하는 유일한 노선인 싼야행의 경우 6월 말까지 운휴한다.

에어부산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5월에 일본 후쿠오카 노선을 임시 운용한다. 또 6월부터 ▲대구~오사카 노선 ▲대구~삿포로 노선을 증편하고 대구~도쿄(나리타)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인천~싼야(하이난) 노선 1개만 운항 중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자 티웨이항공은 난닝(남령), 웨이하이(위해), 인촨(은천), 칭다오 노선의 비운항을 결정한 바 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일본 노선 확대를 위해 지난달 대구~오키나와에 이어 이달 28일 인천~구마모토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애경그룹 계열인 제주항공은 기존 6개의 중국행 노선을 감편하거나 운휴하지는 않았지만, 일본행 노선을 대폭 증가시켰다. 제주항공은 이달 동안 인천~나고야 노선의 운항 횟수를 주 7회에서 주 18회로 확대했다. 또 다음달 27일까지 인천~후쿠오카 노선은 주 18회 운항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노선의 비중은 5.4%로 크지 않아 따로 감편을 하지는 않았다"며 "연내 6대의 항공기 도입을 계획한 가운데 3대의 항공기 도입을 완료했고 수요가 많은 일본 노선에 투입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노선은 없지만, 7개의 단독 일본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서울은 이달 초 인천~구마모토 운항을 개시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 2대의 항공기를 도입하고 4개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중국행 항공편 감소의 여파로 덩달아 승객 수송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LCC 업체들은 일본행 비행기를 대거 늘리며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항공운송시장에서 한-중 노선의 항공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다. 국제선 여객 점유율을 살펴봐도, 중국의 경우 지난해 3월(26.3%)보다 7.6%포인트 하락한 18.7%를 기록했다.

이들 업체들이 일본으로 향하는 이유로는, 동남아와 같은 중거리 노선을 한 번 왕복하는 것보다 일본처럼 가까운 구간을 여러 번 오가는 것이 더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행 노선의 경우 이미 자국 항공사와 해외 국적사들이 한 발 앞서 자리를 꿰차고 있는 만큼, 국내 LCC 간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단거리 노선을 위주로 하는 LCC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바운더리가 한정돼 있다"며 "일본의 경우 아웃바운드(출국) 뿐 아니라 인바운드(입국) 수요도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라 항공사들이 노선 증편에 힘쓰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 경쟁에 따른 출혈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만큼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일본 노선을 증편하고 있다"며 "일본은 하루에도 몇 차례 오갈 수 있어 동남아보다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또 일본의 경우 항공기에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LCC들이 일본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국내선도 증편하는 등 융통성 있는 노선 운영을 통해 출혈을 최소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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