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씨는 우연히 친정어머니의 스마트폰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읽지 않은 문자메시지만 무려 50통에 달한 것이다. 문자메시지 대부분이 인터넷 뱅킹, 페이, 은행SNS 등과 관련된 안내문자였다.

친정 어머니 휴대폰에 깔린 은행 애플리케이션만도 무려 4개나 있었다. 김씨는 어머니에게 사용도 하지 못하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왜 설치했는지 물었다.

송금을 위해 은행 창구를 방문했다가 각종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그 자리에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고 한다. 은행직원들이 보안카드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직접 깔아주면서 인증서 암호를 종이에 따로 적어주기까지 하며 앱을 깔게 했다는 것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영업점 창구에선 직원들이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고령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 설치유도가 ‘붐’을 이루고 있다.

고령의 금융소비자들 경우 각종 은행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의미도 알지 못한 체 알림문자와 공지사항 등을 하루에 수십 차례씩 받으며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다.

뿐만아니다. 인터넷뱅킹 착오송금 피해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스미싱이나 파밍,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노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대한민국 만 60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가 금융사기를 경험했으며, 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 10명중 2~3명만 신고를 한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인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는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특히, 고령인 금융소비자들 대다수가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자금이 부족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단연, 이같은 허점을 노린 금융사기의 노출 가능성은 크다.

노화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는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 분석과 판단을 어렵게 한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이용에 익숙치 않은 고령의 금융소비자들의 경우 은행 직원들 입장에선 쉽게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소위, ‘봉’으로 인식된 것이다. 단연, 은행 창구 직원들은 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앱 설치를 권유하고 있다.

이같이 은행원들이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권유하는 일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비대면 채널 강화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애플리케이션 신규 가입자 유치를 고과와 연관시켜서 적극 권한 데서도 기인하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은행원들이 앱 팔이로 전락한지 오래다”며 “본점에서 영업점마다 일정한 할당량을 주고, 영업점은 이를 직원들에게 할당하는 지금 같은 구조에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 역시 할당량을 채우려면 친·인척, 지인은 물론 두세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에게도 부탁하는 상황속에서 은행을 찾는 어르신이라고 예외가 없을 수 없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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