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도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화승수(평잔·원계열 기준)는 2015년 18.01에서 지난해 17.04로 하락했다.

본원통화를 시중통화량(M2)으로 나눠 계산하는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화폐 1원을 발행시 몇 배의 통화량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통화승수는 지난 2010년까지 24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12월 16.83까지 떨어졌다. 시중 통화량이 얼마나 경제활동에 사용됐는지 보여주는 통화유통속도도 사상 최저치였다.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GDP/M2)는 0.7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화유통속도는 2010년 0.77 수준에서 2015년 0.71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에는 0.6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0.7대가 무너졌다.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점점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1.25%까지 떨어졌으나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기보다 단기성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다.

지난해 시중에 풀린 통화(M2)는 2342조6213억원이었다. 이 중 단기 대기성 자금 성격의 통화가 크게 증가했다.

요구불예금(2015년 181조9000억원→2016년 210조9000억원)은 15.94%,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450조2000억원→497조8000억원)은 10.57%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58조2000억원→61조3000억원)는 5.33%, 종합자산관리계좌(CMA·43조8000억원→45조7000억원)는 4.34%씩 늘었다.

시중 통화량이 늘어도 돈이 잘 돌지 않는 것은 각종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트럼프 노믹스와 각국의 보호주의 회귀 경향,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으로 국내에서도 탄핵과 기업 구조조정 등 리스크 요인이 산재한 탓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자체는 시장에서 바라는 수준으로 낮아졌고 은행들도 그만큼 대출을 많이 늘렸지만 실물경제가 구조적 문제로 덜 반응한 것으로 본다"며“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통화유통속도가 계속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이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벗어나 소비·투자에 나설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정부가 각종 규제개혁을 통해서 기업이 투자토록 해야 한다"며 "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 소비할 여력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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