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시장에 신규 사업자들이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LCC 진입을 노리고 있는 곳은 6개에 달한다. 이들이 신규 면허를 취득하게 될 경우,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LCC 시장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양양(플라이양양)과 대구(에어대구), 청주(케이에어항공), 김해(남부에어), 울산(프라임항공), 포항(포항에어) 등에서 LCC 사업을 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거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플라이양양이다. 양해구 전 이스타항공 사장을 대표로 영입한 플라이양양은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지난해 4월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한 플라이양양은 올해 중소형 항공기 B737-800 3대를 도입하고 오는 8월부터 본격적인 단거리 국제선을 취항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상북도 대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에어대구와 충청북도 청주 기반의 케이에어항공 역시 이미 LCC 사업을 위한 법인 설립을 마쳤다.

에어대구는 대구~제주 국내선과 대구~일본·중국 국제선 취항을 목표로 올해 말부터 운항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 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케이에어항공은 180석 규모의 A320 5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다만 에어대구와 케이에어항공은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경상남도와 영남권 5개 시·도 상공회의소 회원 기업이 자본금 1000억원을 출자해 탄생한 남부에어도 조만간 설립된다. 현재 경남도청이 한국종합경제연구원에 의뢰해 항공사 설립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8월 운영자금 부족 등으로 유통전문 기업인 더프라임 컨소시엄에 매각된 민간항공사 '유스카이항공'의 사명을 같은해 10월 '프라임항공'으로 변경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에는 경상북도 포항에 거점을 둔 소형항공사인 에어포항이 정식 항공법인을 설립했다. 소형항공운송사업자인 포항에어는 6월 국토교통부 운항증명 승인, 9월 첫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에서 LCC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로는 꾸준히 증가하는 항공 수요와 저유가 기조 등 우호적인 외부환경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항공 여객은 사상 최초로 1억명을 돌파했고 국내선 중 국적 LCC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국제선도 30%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또 저유가 효과는 연료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역시 LCC 호조로 연결됐다.

이와 함께 항공기 3대와 자본금 150억원만 확보하면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도 추가 사업자의 진출을 부추겼다.

각 지역들은 호황기에 접어든 LCC 시장에 편승해 비교적 쉽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우려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LCC 설립 붐이 일었던 당시 '제살깍기식' 생존경쟁을 펼친 업체 대부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례가 있기 때문.

2000년대 중반 한성항공(現 티웨이 항공)과 코스타항공, 영남에어, 이스트아시아에어라인, 인천타이거항공, 중부항공 등 10여개 넘는 업체들이 LCC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무한경쟁 속에서 자금난을 겪다 결국 문을 닫았다.

이와 함께 시장이 포화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국내 LCC 업체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6개다.

국내에서는 제주, 해외에서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으로 중단거리 위주로 세를 확장해 온 LCC의 노선이 이미 꽉 찼기 때문에 외형 확대가 어려워 '땅따먹기'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LCC 한 관계자는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업체들 대부분이 지역을 베이스로 한다"며 "울산과 포항, 강원의 경우 항공사를 운영하기에 지역 수요 자체가 너무 적어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와 구미 지역에서는 수요를 노릴 수 있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LCC가 있어 시장 안착이 힘겨울 것"이라며 "한국이 큰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신규 항공사 들어오는 것은 무리다. 끝없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분별한 LCC 출범은 국가적 차원에서 조절해야 한다"며 "중국 등 해외에서 국내 조종사들을 스카우트 하는 상황이고 정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실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면허 취득 자체가 힘겨울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에서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항공기 수와 자본금 이외에도 정비사와 승무원, 안전시설 등 갖춰야 할 요건이 많다. 이를 모두 충족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신규 LCC가 출범한다면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의 독과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 면허 발급 심사는 항공기와 자본금 외에도 재무능력과 안전관리 능력, 소비자 이용 편의 확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뤄진다"며 "공급과잉에 대해 감안하고 있지만, 신규 사업자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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